[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에스원이 노동조합 해체를 위해 조합원을 빼내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삼성에스원은 조합원을 상대로 ‘유리한 인사를 해줄테니 노조를 탈퇴’하라고 강요하고 “이번일을 누설하면 칼 맞을 일”이라며 입단속도 철저히 시켰다.

3일 포쓰저널이 삼성에스원 민주노총 노조를 통해 입수한 녹취록에는 삼성에스원 강남사업팀 인사담당자가 조합원을 상대로 ‘유리한 인사를 내줄테니 조합을 탈퇴하라’고 강요하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에스원 인사담당자는 “(원하는 곳으로) 발령 받으면 10일안에 (노조를) 빠지는 걸로 하자”며 “우리가 딜(거래)했던 얘기는 절대로 세어나가서는 안 된다. 이것은 칼 맞을 일”이라고 조합원에게 탈퇴를 여러 차례 강요했다.

인사담당자는 “(노조탈퇴 의사는) 내가 상무님에게 잘 전달하겠다”며 노조 탈퇴 강요를 삼성에스원이 조직적으로 계획했음을 암시했다.

결국 해당 조합원은 노조를 탈퇴했다 최근에 다시 노조를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에스원은 지난 1월 21일 열린 노사 단체 교섭 전후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노조 측은 "노조와 교섭이 사측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자 주요 조합원들을 빼내 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8월 16일에는 해당 녹취를 증거로 삼성에스원 옥현표 대표이사 등 인사담당자를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는 ▲ 근로자가 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거나 조직 등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근로자가 노조를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 등을 ‘부당노동행위’라고 규정한다.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위법을 저지를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부당노동행위가 드러날 때마다 해당 기업들은 ‘경영진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으로 꼬리자르기를 해왔다.

하지만 삼성에스원의 경우 인사담당자가 인사조치를 미끼로 조합탈퇴를 강요하고 이를 상무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한 만큼 삼성에스원의 임원·경영진 등도 책임을 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에스원 노조는 이날 집회를 열고 총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1월 21일부터 진행된 노사 단체 교섭이 현재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은 9월 말까지 200여명의 조합원들이 순차적으로 파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조측은 교섭 조건으로 ▲노조 활동 보장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성과연봉제 폐지 ▲임금피크제 폐지 ▲기술팀 복원 등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9차례의 교섭 중 사측의 단체교섭위원이 참석한 것은 10차례에 불과하다.

노조 관계자는 “단체교섭권을 가진 노조를 상대로 제대로 된 교섭도 하지 않고 오히려 조합원을 탈퇴시키는 삼성전자 노조탄압문건을 연상시키는 일이 벌어졌다”며 “조정을 떠나 회사의 불성실한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 3일 서울 중구 삼성에스원 본사앞에서 삼성에스원 민주노총 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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