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주식가치만 이부진 7.8조원, 이서현 7.2조원
이부진, 호텔신라 대주주 지분 언제든지 확보 가능
이서현, 삼성물산 인적분할로 패션사업 복귀할수도
삼성전자 개인 최대주주 홍라희,'공동경영' 정점 역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재산 상속 이후 삼성 일가 상장주식 지분 가치(4월30일 종가 기준)./자료=각사 공시

[포쓰저널]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이 유산분할과 함께 상속세 1차분 납부까지 마침으로써 삼성은 본격적으로 '포스트 이건희' 시대로 접어들었다.

삼성그룹은 현재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을까.

관심의 초점은 맏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분가' 여부다.

이건희 회장 이후 삼성은 일종의 가족 공동경영 형태로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외형상으로는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핵심을 틀어쥔 듯하지만,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두 여동생의 동의가 없으면 그룹 전체를 움직일 수는 없는 구조다.

계열 분리에 대한 이 회장의 유언이 없었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유족들이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핵심 계열사 상속주식을 법정비율에 따라 나누는, 재벌가로선 극히 이례적 선택을 한 것도 그 여파로 보인다.

고 이병철 선대 회장 별세 후 생전 유지에 따라 자녀들이 모두 각자의 몫을 할당받아 계열 분리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가족공동경영은 국내 재벌사에선 장기간 유지된 사례가 거의 없다. 각자의 욕심도 있을 뿐더러 그런 체제가 대기업집단 경영의 효율성과도 맞지 않는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경우 물려받은 재산의 덩치가 그냥 주식으로 묻어두기에는 너무 크다.

각자의 유산을 밑천으로 사업을 벌이면 당장이라도 중견 재벌그룹 이상의 기업군을 만들 수 있다.

두 자매가 이미 비즈니스 경험을 한 '프로 기업인'라는 점도 이들이 그대로 가만히 앉아 배당금만 챙기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2일 현재 주가(4월30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이부진 사장의 유산 중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은 8조원에 가까운 거대자본이다.

이 사장은 상속으로 삼성전자 보통주 5536만주(지분율 0.93%), 삼성전자 우선주 13만7755주, 삼성생명1384만주(6.92%)를 물려받았다.

삼성물산과 삼성SDS은 기존에도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상속으로 각각 1166만주(지분율6.19%), 302만주(3.90%)로 늘었다.

이들 주식의 지분가치는 현 시점 기준 ▲삼성전자 4조5221억원 ▲삼성생명 1조1307억원▲ 삼성물산 1조5861억원 ▲ 삼성SDS 5528억원 등 7조7919억원이다.

이는 코스피 시총 50위권인 우리금융그룹(7조7283억원), 현대제철(7조4025억원), KT(7조4025억원) 등과 맞먹는 금액이다.

현대글로비스(7조2000억원), IBK기업은행(7조1577억원), 미래에셋증권(6조3532억원), 한국금융지주(6조2413억원) 등의 주식도 몽땅 사들일 수 있다.

재계에선 이 사장이 우선적으로 호텔신라 지분을 사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사장은 10여년째 호텔신라를 경영중인데, 막상 이 회사 주식은 1주도 갖고 있지 않다.

호텔신라 시총은 3조3950억원이다. 이 사장 유산이면 호텔신라 2개도 통째로 살 수 있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를 삼성생명(지분율 7.30%), 삼성전자(5.11%), 삼성증권(3.06%), 삼성카드(1.34%), 삼성SDI(0.07%) 등 계열사 지분(총 17.34%)에 의존해 경영하고 있다.

이들 지분가치는 총 5887억원이다. 이 사장 상속 주식가치의 8% 정도다.

이 사장으로선 당장이라도 주주 계열사들과의 주식교환으로 호텔신라 지분을 부담없이 넘겨받을 수 있는 것이다.

차녀인 이서현 이사장의 상속주식 가치는 총 7조2290억원이다. 언니보다 5천억 정도 적지만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이 이사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은 언니와 똑같은 비율로 상속받았다.

삼성생명 상속분만 692주(지분율 3.46%)로 언니의 절반이다.

이 이사장은 현재 삼성복지재단과 모친이 하던 리움미술관 운영을 맡고 있다.

그가 이런 상태에 만족할 지는 의문이다.

이 이사장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선 삼성물산 패션부문 재분리, 제일기획 등 거론된다.

패션부문은 이 이사장이 오랫동안 애착을 갖고 경영해온 터라 언젠가는 그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삼성물산은 2015년 제일모직-구 삼성물산 합병 이후 건설,상사, 리조트, 패션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이들 4개 부문은 삼성물산이라는 한 지붕 밑에 있긴 하지만 각 부문 대표이사가 따로 있는 등 사실상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인적분할을 이용해 패션부문을 삼성물산에서 분리하면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패션부문을 인적분할로 분리하면 현 삼성물산 지분율대로 패션부문 지분율도 결정된다.

이후 이재용-이서현 남매가 존속회사 지분과 신설회사 지분을 교환, 정산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일기획을 이 이사장이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근무한 경력도 있고 패션·문화사업과도 연관성이 있는 때문이다.

제일기획의 시총은 2조5252억원이다. 제일기획도 이 이사장 등 총수일가 지분은 없고 계열사들이 최대주주다. 삼성전자 22.24%, 삼성카드 3.04% 등이다. 이 이사장이 계열사들과 상속주식 일부로 주식교환을 하면 간단히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이사장이 여타 삼성계열사를 추가로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총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계열사들의 경우 삼성가 가족회의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계열 분리될 수 있다.

삼성카드(3조898억원), 삼성증권(3조80886억원), 삼성엔지니어링(3조4006억원), 삼성중공업(4조7250억원) 등은 이서현-이부진 남매 재력이면 언제든지 사들일 수도 있다.

삼성 집안의 최고 어른이 된 홍라희 전 관장의 행보도 관심사다. 76세라는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할 수도 없다.

그의 상속재산은 삼성전자 등 상장 주식만 총 11조4471억원에 달한다.

코스피 시총 33위인 KT&G(11조3129억원)는 물론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10조8637억원)을 통째로 사버릴 수도 있다.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 지분 2.30%를 가진 개인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그가 이를 토대로 최소한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그룹 중대사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로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012년 7월 29일 삼성 일가가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을 참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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