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9월말 살아남는 거래소 손가락 꼽을 것"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도 안심 못해

7일 오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7천800만원 초중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오슬기 기자] 100여 개가 난립 중인 국내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상당수가 9월 말경에는 무더기로 문을 닫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바뀐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은행으로부터 9월 말까지 고객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신고 절차를 거쳐야만 영업할 수 있다.

거래소의 검증 책임이 은행에 주어진 셈인데 은행 입장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발목이 잡힐을 것을 우려해 기준을 까다롭게 살피고 있다.

20일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을 통해 5∼6개 거래소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상담을 받았다"며 "본격적으로 위험 평가를 진행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시스템이 열악한 업체들이 많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시스템도 문제가 있겠지만, 업계서는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특별단속에 나선 것이 은행권에 부담으로 작용해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18일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사기 등 불법행위를 막겠다며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 방침을 발표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자 엄중 규제에 나선 것인데 규제가 엄격해지며 암호화폐 거래소를 심사해야하는 은행의 책임이 커졌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특검법 시행을 앞두고 공개한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등에 관한 검사 및 제재 규정’ 변경안도 20일 예고 기간을 끝내고 확정 절차에 들어갔다.

변경안은 특금법상 과태료 부과 항목에 내부통제 의무, 자료·정보 보존 의무, 가상자산사업자의 조치 의무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의심거래 보고·고액 현금거래 보고 책임자 지정, 업무지침 작성, 임직원 교육 등 조치를 취할 의무(내부통제 의무), 의심거래 및 고액 현금거래 보고와 관련된 자료·정보 보존 의무(자료·정보 보존 의무), 고객별 거래내역 분리관리 및 고객 신원 확인 의무(가상자산사업자 조치 의무)를 위반하면 금융사에 과태료가 부과된다.

위반 결과가 중대하고 동기가 고의인 것으로 드러나면 법정 최고금액의 60%가 부과된다. 금융위 측은 건당 최고 1억원까지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제도 변화로 인해 은행들은 실명계좌를 터줬다가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민원 0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은행권의 실명계좌 발급 기준이 까다로워 지면서 거래소들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6개월의 법 적용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말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암호화폐와 금전을 교환하는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면 실명 계정 확인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이 경우엔 암호화폐를 원화로 바꾸는 거래 시장을 열 수 없기 때문에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시중은행과 실명 계좌를 트고 거래하는 곳은 빗썸·코인원·업비트·코빗 4곳 뿐이다.

이들 거래소들도 긴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실명계좌를 보유했더라도 특검법과 변경된 제재규정을 만족해야만 보유 중인 계좌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4대 거래소 중 한 곳에 실명계좌를 내어준 은행의 관계자는 "거래 중인 거래소로부터 안전성 등 관련 증빙 서류를 다시 받아야 한다"며 "이 거래소가 새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거래소들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의 문을 쉴 새 없이 두드리고 있다. 특금법 시행 이후 아직까지 실명계좌를 받은 거래소는 없다.

금융업계는 9월말 이후 살아남을 가상화폐 거래소가 '한 자리수'일 것이라 전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실명계좌를 보유한 4곳이 모두 기준을 통과한다고 해도 9월말 이후 살아남는 가상화폐 거래소 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일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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