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회사는 'AI & 디지털 인프라 컴퍼니'
'ICT 투자전문회사' 중간지주사 신설
SK하이닉스, 자회사로 지위변경..신사업 여지 넓어져
이사회, 주총 등 거쳐 연내 분할 완료 계획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가 3월 25일 서울 을지로 T타워 SK텔레콤 본사 사옥 4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제37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에게 경영 성과 및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포쓰저널=정환용 기자] SK텔레콤이 창립 37년만에 통신회사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빅테크 전문회사로 변신한다. 회사 이름도 바꾼다.

인적분할로 중간 지주사를 신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신사업 투자에도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SK텔레콤은 14일 '인공지능&디지털 인프라 컴퍼니'를 SKT 존속회사로, 'ICT 투자전문회사'를 신설회사로 하는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인적분할의 취지에 대해 "통신과 더불어 반도체, 뉴 ICT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아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SKT 박정호 사장은 14일 온라인 타운홀 행사를 열고,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이번 분할의 취지와 회사 비전을 자세히 설명했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SKT는 인적분할을 통해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해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출 예정이다.

반도체와 뉴 ICT 사업을 확장하고, 주주들에게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SKT 존속회사인 ‘AI & Digital Infra 컴퍼니’는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인공지능과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신사업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서비스 등이다.

회사 측은 "AI & Digital Infra 컴퍼니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5G 유망산업에서 미래 수익을 창출하고, 혁신기술 개발 투자를 지속해 ICT 산업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설되는 ICT 투자전문회사는 자회사인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 투자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과거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당시보다 더 활발하게 인수합병에 나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지주사인 (주)SK의 손자회사다. 독과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상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신설·인수 시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

인적분할로 중간지주사가 신설돼 그 밑으로 편재되면 자회사 지위를 갖게 된다. 자회사는 손자회사 지분을 100%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필요한 기업 신설, 인수 등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게 된다.

중간지주사는 ICT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적극 추진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수익창출-재투자’ 선순환 구조를 만들 방침이다.

ICT 자회사 상장으로 자금을 확보한 뒤 SK하이닉스 지분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분율은 20.07%다.

내년부터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면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20%에서 30% 이상(비상장사 40%→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의 지분을 현 20.1%에서 10%포인트 더 늘려야 하는데, 연내 중간지주사를 설립하면 법이 소급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지분을 20%만 보유해도 된다.

반대로 올해 중간지주사 전환에 실패하면 시가총액 100조원이 넘는 SK하이닉스 지분 10%를 추가 보유하기 위해 10조원이 넘는 돈을 동원해야 한다.

다만 신설되는 중간지주사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력 유지를 위해 지분율을 법상 요건인 30%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자회사인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은 생활 전반의 편의를 제공하는 라이프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

SKT는 일각에서 제기된 신설회사와 SK㈜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SKT는 “이번 분할을 통해 주주들이 SKT 존속·신설회사의 사업성과와 투자현황을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하고, 개인성향에 맞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러 기회를 통해 주주들과 적극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T는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한다.

미래 지향적인 기업가치를 반영한 새로운 회사명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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