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 투자비중 상한 18.8% →19.8%
전략적 범위 ±2%→±3%로 1%p 확대
전술적 범위는 줄여..총 허용범위 ±5% 유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3월 26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 매도 압력을 낮추기 위해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한도를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올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16조원을 팔아치워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연기금의 매도 행진에 힘이 빠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9일 오후 위원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 주재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 조정안(리밸런싱)을 이같이 결정했다.

기금위는 "2011년 자산군별 목표비중 허용범위 설정 과정에서 국내주식의 허용범위가 타 자산군에 비해 좁게 설정된 점, 최근 3년간 허용범위 이탈 빈도와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점, 최근 4개월 연속 허용범위 상단 이탈한 점 등을 고려해 국내주식 허용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인 16.8%에서 특정 자산 가격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미리 정해 놓은 목표 비율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것을 허용하는 전략적 자산배분 이탈 허용범위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1%포인트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 목표치는 19.8%까지 상향된다. 보유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추가적으로 매도해야 할 주식 물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 것이다.

대신에 펀드매니저가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범위는 현행 ±3%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낮춰 전체 허용범위는 ±5%로 유지한다.

국민연금의 올해 말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16.8%±5%’로 변동이 없어 국내주식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 비중 자체가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2021년 1월 말 기준 국민연금 자산군별 기금규모/사진=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 캡쳐

일각에선 이번 리밸런싱에도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 행진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 턱밑까지 차 있기 때문이다.

당초 기금 운용 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지난해 말 17.3%에서 올해 말 16.8%, 2025년 말 15% 내외로 점차 줄여야 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인 17.3%를 넘어서자 이를 낮추기 위해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176조6960억원으로 전체 기금(833조7280억원)의 21.2%였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월 이후 비중 조절을 위해 수조원 어치 국내주식을 팔았음에도 1월 말 기준 국내주식 규모는 179조9690억원으로 전체 기금 855조2740억원의 21%에 이른다.

1월 말 전체 기금 기준으로 단순 환산했을 때, 국내주식 비중을 16.8%로 낮추려면 36조가량을 추가 매도해야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단체인 한국투자자연합회은 이날 기금위 회의장 앞에서 '국민연금 국내주식 과매도 규탄 성명서'를 내고 규탄 집회를 열었다.

한투연은 "국민연금은 주식시장을 침체시키는 과매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해외주식 목표비중을 35%가 아닌 25% 규모로 줄이고 국내주식 비중을 25%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또 "최근 68거래일 중 66거래일을 매도한 국민연금의 행태는 주식시장을 살린 1000만 동학개미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라며 "일말의 완급 조절도 없이 매도 전략을 고집한 것은 외국인과 기관에게 저가에 매수하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주가지수 조종 혐의마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런 규칙 변경이 국민의 노후 안전망인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리밸런싱은 10여년간 조정하지 않고 유지해 왔는데, 그동안 자본시장의 규모나 변동 폭이 많이 달라진 점을 반영하지 못해 거기에 적합하도록 리밸런싱 규모를 조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금운용위 위원들이 조정을 제안했고, 지난 회의에서 의결하지 못했다”며 “최근에도 상당 규모로 상한선을 넘어서고 있어 조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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