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의 다음날 횟집으로 불러내
'회장'이라는 일행과 술자리 동석시켜"
은행측 "대기 발령하고 진상조사중"

피해자와 은행 지점장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사진= 보배드림 캡처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한 시중은행의 지점장이 대출 상담을 위해 은행을 찾은 여성 고객을 술자리로 호출해 술을 마시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은행 측은 뒤늦게 문제의 지점장을 대기 발령하고 내부 감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자친구를 접대부로 이용하려고 한 은행지점장’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공론화됐다.

작성자는 “너무 분하고 미치겠다”며 여자친구 ㄱ씨가 은행 지점장을 만났다가 겪은 일을 전했다.

작성자에 따르면, 사업을 하던 ㄱ씨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중 대출을 받기 위해 신용보증재단 담당자를 만났다. 신용보증재단에서는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며 H은행 ㄴ지점장을 연결해줬다.

다음날 ㄴ지점장은 ㄱ씨에게 한 횟집으로 오라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다. 횟집에서는 ㄴ지점장이 ‘회장’이라고 부르는 일행과 이미 술자리가 진행되던 상태였다.

ㄱ씨가 술을 못한다고 하자 ㄴ지점장은 “요즘 80년생, 90년생들은 아직은 어려가꼬 처음인 자리에서는 긴장해서 다들 저렇습니다”, “대리 불러줄테니 술마셔” 등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성자는 ㄱ씨와 ㄴ지점장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메시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ㄱ씨는 횟집을 빠져나온 이후 밤 10시 43분부터 “당신 내가 신고할거야”, “내 소중한 시간에 불러서 대리비 줄 테니까 술 먹으라고? 너 이 분노 각오해라. 이 양아치 짓거리한 거 뿌리 뽑아버린다”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ㄴ지점장은 다음 날인 4월 1일 “초면에 큰 실수해 대단히 죄송합니다”고 답했다. 이에 ㄱ씨는 “너 내가 가만히 안둘거야. 바쁘니까 와이프 시켜서 전화하지마. 니 죄를 잘 알테니 댓가를 받아라”며 “내가 술집 접대부냐? 니가 한 짓에 대한 벌 받아. 부인시켜 전화하지마라”고 했다.

ㄴ지점장의 아내는 ㄱ씨에게 전화를 해 “남편이 그럴 사람이 아니고 실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영업을 하러 다니며 영업자리를 만든거다”며 “자녀가 세 명이다. 한사람과 한 가정을 살려달라”고 무마를 시도했다.

이후 연락이 닿은 ㄴ지점장에게 ㄱ씨가 술먹고 부른 이유가 뭐냐고 수차례 묻자 지점장은 “도움줄려고 상담하기 위해 불렀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 본사 차원의 대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작성자는 “H은행 해당 지점의 부장 외 2명이 최근 사무실을 직접 찾아 내부 감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언론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사과했지만,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처음 벌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이런 일들이 아무도 모르게 이 업계 음지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라면 이번 기회에 모든 걸 밝혀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H은행 측은 “해당 지점장을 대기 발령 조치했으며, 정확한 진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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