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부검의 1차소견 명백한 과로사 증거"
쿠팡 "주 4일, 40시간 근무...업계 평균은 71시간"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진경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오른쪽부터 3번째)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쿠팡 송파1캠프에서 심야·새벽배송을 담당하던 이모(48)씨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등이 쿠팡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 감독과 함께 새벽·심야배송의 일시 중단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8일 오후 서울 송파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씨가 지난해 초 입사 이후 근 1년간 매일 오후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심야·새벽배송만 전담하며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다 예고된 과로사를 당했다"며 "정부는 쿠팡을 중대재해다발사업장으로 지정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쿠팡 사측에는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유가족에 대한 보상,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것을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씨는 7일 거주하던 고시원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의는 1차소견에서 "이 씨에게 뇌출혈이 발생했고, 심장 쪽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정확한 부검 결과는 3주 후에 나올 예정이다.

대책위는 "이씨는 평소에 아무런 지병이 없었다. 부검의가 밝힌 1차 소견을 보면 의문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과로사"라며 "이씨의 사망한 원인은 고강도 심야 노동"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씨가 주 5일간 매일 9~10시간씩 쉴틈없이 심야 노동을 했고 이것이 건강에 부담을 준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 정진영 지부장은 “쿠팡은 심야배송중 1시간의 무급 휴게시간을 부여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택배배송 앱을 통해 업무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며 "계약직 쿠친들은 정규직 전환을 위해 경쟁을 강요받는 상황 속에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대부분 무급시간에도 일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본인도 2년간 쿠팡에서 심야배송 업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박석운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너무나 참담하고 기가막히다”며 “이렇게 노동자들의 생명을 맷돌에 갈아넣고 있는 이 시스템에 대해서 국민들이 (쿠팡 과로사에 대한) 완전한 대책이 나올때까지 로켓배송, 새벽배송에 대한 중단을 요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벌써 6명이 쿠팡에서 일하다 죽었다. 얼마나 더 이런 일이 발생해야 하는가”라며 "법적으로 보더라도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법대로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야한다. 정부당국 국회,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가 마련되야 한다"고 했다.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는 “고인이 담당해온 심야·철야작업은 건장한 청년들도 한두달 버티기가 쉽지 않다"며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은 심야노동으로 이어진다. 죽음을 불러오는 새벽배송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달 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쿠팡 대표가 고 장덕준씨의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지않아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대표가 아무리 약속해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쿠팡 측은 이씨 사망과 관련해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며 “회사는 고인의 사망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에 적극 협력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덜어드리기 위해 모든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망원인으로 지목된 장시간 심야근무에 대해선 “고인의 최근 12주간 근무일수는 주당 평균 약 4일이었고 근무시간은 주당 약 40시간이었다”며 “이는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가 지난해 발표한 택배업계 실태조사 결과인 평균 주6일 71시간 근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권고한 주당 60시간 근무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고인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당국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회사도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있다. 쿠팡은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더욱 철저히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이날까지 약 1년간 쿠팡 물류센터, 택배배송 노동자 6명이 사망했다.

이중 물류센터에서 일한뒤 사망한 노동자는 4명이고, 택배배송을 담당하는 쿠친은 2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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