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찬구, 금호석화 취업은 불법"...이재용 '옥중경영'에도 영향

"특경법 취업제한 시점은 판결확정시부터" 첫 판결
특경법 조항 모호해 그동안 논란...이재용에도 영향
박찬구 '불법 취업'상태...'조카의 난' 명분 딸리게돼

염지은 기자 승인 2021.02.23 23:43 | 최종 수정 2021.02.23 23:59 의견 0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그의 이 회사 취업이 불법이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조카인 박철완 상무와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사진=금호석화


[포쓰저널] 횡령, 배임 등 경제사범의 경우 해당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기업체 취업이 제한되는 시점이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라는 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관련 법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에는 취업제한 시점이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법무부와 재계의 해석이 서로 엇갈리는 등 혼선이 있었다.

최근에는 '국정농단 사건' 횡령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이 확정돼 재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회장' 직위 유지 및 '옥중경영' 가능 여부를 싸고 이 문제가 불거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최근 박찬구(73)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취업 승인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에 130여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확정받았다.

박 회장은 2008∼2011년 23차례에 걸쳐 금호석화의 비상장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법인자금 107억여원을 아들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에게 담보 없이 낮은 이율로 빌려주고, 자신의 금호석화 지분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명의로 약속어음 할인 등 방법으로 32억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특경법 제14조는 사기, 공갈, 횡령, 배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회사 취업이 가능하다.

박 회장은 2019년 3월 금호석화 대표이사로 취업했고, 법무부는 2020년 1월 '금호석화는 특경법 시행령에 의해 취업제한 기업체에 해당한다. 취업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 승인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통지했다.

박 회장은 취업 승인을 신청했으나 법무부는 지난해 5월 '대상자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했다'며 취업을 승인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이에 불복해 이번 사건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박 회장 측은 소장에서 특경법 규정상 집행유예 기간 동안에는 취업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특경법은 취업금지 시점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징역형으로 수감중인 기간, 집행유예가 진행중인 기간은 '종료' 이전이므로 취업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박 회장 측은 따라서 취업금지가 되더라도 집행유예가 종료되는 2023년 12월부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실형 또는 집행유예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되면 즉시 취업제한도 개시되는 것"이라며 "기간 경과 후 취업제한이 시작하는 것으로 보면 취업제한으로 달성하려는 제도 취지나 입법목적 실현의 적절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취업제한 기간은 징역형 실형의 경우 '실형 기간 + 5년', 집행유예의 경우 '집행유예 기간 +2년'이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직업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박 회장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회장은 이번 판결로 조카인 박철완 상무와 벌이고 있는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에서도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해당 판결이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박 회장이 '불법 취업' 상태로 금호석화 경영권을 무단 행사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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