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힐튼호텔 회장 공식 자서전 '내 마음에 비친 나의 모습'

/사진=클라우드나인.

"김우중 회장의 부인이 아닌 내 이름 정희자로 살려고 노력한 내 삶을 나 이외에는 아무도 모를 거예요. 무슨 일을 맡게 되어도 내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241쪽)

[포쓰저널] 정희자(81) 전 힐튼호텔 회장의 자서전이 출간됐다.

여자가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절, '터프 마담', '호텔의 여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성공적인 경영을 이끌었던 정희자 회장이 유일하게 쓴 공식 자서전이다.

저서 '정희자의 삶과 도전: 내마음에 비친 나의 모습'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1936~2019. 12. 9)의 부인이 아닌 '정희자'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살려고 노력했던 한 여자의 일생을 담고 있다.

똑똑했고 야망이 있었고 유학을 꿈꾸었던 정희자 회장의 일생은 김우중 회장과의 결혼으로 바뀌었고 새로 시작됐다.

결혼과 함께 시어른을 모시고 시댁 식구들을 뒷바라지하고 또 매일 통금 시간이 다 되어야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려야 했다. 아이를 출산하고 이사하고 하면서 그렇게 살아야 했다.

'나'라는 개인의 꿈과 포부를 이룰 길 없어 괴로워하고 '뭔가 이루고 싶다.', '뭔가가 되어야 한다.'는 욕망을 눌러야 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1982년 김우중 회장의 제안으로 새로 짓게 된 서울힐튼호텔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일하는 여성으로 세상에 뛰어들었다.

당시 많은 사람이 그냥 이름만 걸어둔 것이라느니 실권은 없을 거라느니 금방 그만둘 거라느니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속으로 이를 악다물며 다짐했다. '죽어도 그만 안 둔다. 남보다 잘한다는 소리를 꼭 듣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

그리고 그녀는 전 세계 힐튼호텔 중에서도 서울힐튼호텔을 최고의 호텔로 성장시켰다.

새벽에 직접 꽃시장에 가서 꽃을 사고 수산시장에서 장을 봤다. 비싼 독일제 식기류를 대신해 한국에서 자체 제작한 식기를 사용하고 침대 시트보 크기를 줄여 비용을 절감했다.

전 세계 호텔들을 돌아다니며 분석하고 연구하며 15년 동안 한국, 중국, 베트남 등에 일곱 개의 호텔을 열었다. 선재미술관(선재아트센터)과 골프장, 병원도 건립하며 여성 경제인으로서의 길을 걸어 나갔다.

그녀는 호텔 경영자로서 또 대우 김우중 회장의 아내로서 전 세계의 지도자들과 만나 교류했고 또 사업을 도왔다. 그녀에게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았다.

그녀는 자신만의 탁월한 친화력으로 까다로워 보이기만 한 외국 정상들과도 금방 스스럼 없는 친밀한 관계를 맺곤 했다. 가깝게는 북한의 김일성 주석, 중국의 장쩌민 주석, 베트남의 도 무어이 당서기장,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미국의 대통력을 역임한 도널트 트럼프,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등과 교류하고 우정을 쌓았다.

그런 그녀에게 인생 후반에 커다란 시련이 닥쳤다. 가장 사랑했던 아들 선재의 죽음이 있었고 IMF 이후 대우의 몰락과 함께 그녀 자신이 일구었던 모든 자산도 함께 매각됐다. 남편인 김우중 회장은 대우의 워크아웃이 결정됨과 동시에 해외에서 5년이 넘게 떠돌아다녀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보다 더 큰 실의에 빠진 남편의 곁을 지켰고 가족을 보살폈다. 저서에는 남편 김우중 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후의 심경까지 솔직하게 담겼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공동 집필했다.

248쪽. 클라우드나인 출간.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