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쿠팡 사과 시늉하고 뒤로는 유족과 개별 면담 시도"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쿠팡 규탄 기자회견에서 고 장덕준 씨의 모친 박미숙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친 장광 씨./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지난해 10월 쿠팡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다 야간근무를 마친 뒤 숨진 고 장덕준씨와 관련해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와 유가족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유가족과 과로사대책위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복지공단 대구 북부지사가 고 장덕준 님의 사망 원인을 업무상 재해에 의한 사망, 즉 과로사로 판정했다"며 "쿠팡은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와 유족은 쿠팡이 8일 고 장덕준씨의 사망 원인이 과로사로 판정나자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대책위를 제외하고 유족과 개별 만남을 시도하는 등 여전히 진심어린 대화는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확산을 막기 위해 사과하는 시늉만 하고 실제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쿠팡이 몇차례 만남에도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지 않고, 22일 예정된 산업재해 청문회를 넘기기 위해 시간만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쿠팡이 그동안 제시한 재발방지대책은 ▲근로자의 연속 근로일수 제한 ▲일용근로자에 대한 특수건강검진 체계화 ▲근로자 개인별 UHP 폐지 ▲ 야간근로시간 제한을 위한 상세계획 논의 등이다.

대책위는 근로자 연속 근로일수를 제한하는 것은 일용직 근로자들에 대한 일방적 삭감안에 불과하며, 근로시간제한에 앞서 임금 현실화와 고용안정부터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급 휴게시간, 유급휴일 등을 확대하고 실효성있는 과로사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쿠팡에 장기적으로 전문성있는 기관에 의뢰해 과로사 예방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자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대책위는 22일 열리는 산재청문회에서 국회가 쿠팡의 부당 노동행위, 심야 노동, 비정규 노동의 실태를 파헤칠 것을 촉구했다.

쿠팡 측은 이달 9일 뉴스룸을 통해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 풀필먼트 대표명의로 사과의 뜻을 밝힌 후 현재까지 이렇다할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는 “현재 회사가 준비중인 개선방안과 이번 근로복지공단 판정결과를 종합해 근로자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고 장덕준씨는 쿠팡 대구 물류센터에서 1년 넘게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다. 지난해 10월 12일 오전 6시 퇴근 후 욕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그는 주 5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근무했다. 가끔 주6일 근무를 하기도 했다. 근무시간도 종종 30분에서 1시간씩 연장해서 근무했다.

유족은 장씨가 정규직이 되기 위해 일하다가 쿠팡의 시간당 생산량(UPH) 시스템 등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해 과로사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1월 산재 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 업부상질병판정위원회는 이달 8일 쿠팡 대구물류센터에서 지난해 10월12일 사망한 장덕준씨의 사망원인과 업무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산업재해로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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