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박원순 행위 성희롱 해당..측근들 '묵인방조'는 확인안돼"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사진· 이모티콘 보내고 네일아트한 손톱·손 만졌다"
"동료-상급자들이 성희롱 묵인·방조했다고 볼 객관적 증거는 확인 어렵다"

강민규 기자 승인 2021.01.26 00:03 | 최종 수정 2021.01.26 00:20 의견 0
2020년 7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서울시


[포쓰저널]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피해 여비서에 대한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박 전 시장 측근들이 성희롱을 묵인· 방조했다는 피해자 측의 주장에 대해선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에 대해 심의·의결한 뒤 낸 보도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적 언동의 사실 여부와 관련해선 "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및 박시장의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이를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보았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에 근거할 때 박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고, 이와 같은 박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다만 피해자의 주장 외에 행위 발생 당시 이를 들었다는 참고인의 진술이 부재하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는 피조사자의 진술을 청취하기 어렵고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 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한데 따른 것이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그럼에도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고 했다.

박 시장 측근들의 성희롱 묵인 방조 여부와 관련해선 "묵인 혹은 방조는 참고인들이 박시장의 성희롱 행위를 알고도 침묵하였거나, 나아가 박시장의 성희롱 행위가 용이하도록 도와주었다는 의미로, 이는 참고인들이 박시장의 성희롱 행위를 인지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이어 "전보와 관련하여 피해자가 비서실 근무 초기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 요청을 한 사실 및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며 "그러나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하였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고인들이 박시장의 성희롱을 묵인·방조했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거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동료 남성 직원(현재 구속중)에게 성폭행 당한 이른바 '4월 사건'과 관련해서도 인권위는 "대응 및 피해자 보호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서울시는 비서실 직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4월 사건)을 인지한 후 가장 먼저 피고소인을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하였는바 피해자와 업무관련성이 있는 부서였고, 피고소인이 피해사실을 축소 왜곡하여 외부에 유포하였음에도 이를 방치하였고, ‘4월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부서장은 사건 담당부서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는 등 피해자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당시 서울시 파견경찰은 피고소인의 요청으로 지인에게 피해자와의 합의 및 중재를 요청하였다"며 "서울시는 피해자가 ‘4월 사건’에 대한 조사요구와 함께 2차 피해에 대한 조치를 요청했음에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서울시의 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면서 "특히 서울시는 4월 사건 처리과정에서 일반적인 성폭력 형사사건 또는 두 사람간의 개인적 문제라고 인식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냈는바, 이로 인해 비교적 잘 마련된 서울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인권위 조사결과를 끝으로 박 시장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는 일단락됐다.

경찰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5개월여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으나 박 시장의 성추행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료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9일 박 시장 실종 하루 전인 지난해 7월 8일 접수된 강제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성추행) 혐의 고소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부시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 7명이 강제추행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증거 부족에 따라 불기소 의견(혐의없음)으로 결론을 짓고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같이 봉합한 이유로 박 시장 사망으로 피의자 조사가 불가능했다는 점과 업무용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분석이 법원 결정에 의해 사망 경위 수사에만 한정됐다는 점 등을 들었다.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수사한 검찰도 박 시장의 성추행 여부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박 시장이 피소 당일 밤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 등을 만나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있으나 "문자메시지의 존재 여부 및 내용은 본건 수사 대상과 무관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피소사실 유출 경위에 대해선 성추행 피해자의 변호사(김재련)가 지난해 7월 7일 여성단체 관계자(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에게 박 시장을 '미투'로 고소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렸고 이 같은 내용이 또 다른 여성단체 관계자(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거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남인순)에게 전달됐으며, 남 의원은 임순영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해 박 전 시장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지 물었고, 임 특보는 박 시장에게 이 사실을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4월 사건' 재판부는 박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비교적 명확히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14일 피해자가 동료 직원에게 성폭행을 당한 '4월 사건' 재판 선고공판에서 "피해자가 박원순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이유 설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병원 상담 내용을 근거로 박 시장이 외설적인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나 속옷 사진을 보냈고, 이런 행동은 피해자가 다른 부서로 옮긴 이후로도 지속해서 이어졌다고 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