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전무직 등 사임..."산은과의 경영불참 약속 지켰다"
물류계열사 한진 부사장으로 승진..'눈가리고 아웅' 지적
한진, 대한항공 등과 내부거래 많아 사실상 같은 업태
대한항공·한진칼 임원승진 인사 취소..'나홀로' 승진파티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2018년 5월 2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 한진그룹 오너 일가 막내로 '물컵 갑질' 주인공인 조현민(37·조에밀리리)씨의 처신이 또다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30일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조씨는 이날 한진칼 전무와 토파즈여행정보 부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회사고 토파즈여행정보는 그룹 내 항공·여행 정보 계열사다.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11월16일 산업은행에서 8천억원을 지원받으면서 오너 일가는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한진그룹 측은 조씨의 한진칼 전무 및 토파즈 부사장직 사퇴가 산은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 모친인 이명희씨도 이날 같은 취지에서 한국공항 고문직을 사임했다.

그런데 조씨는 이날 두 직함 사임과 동시에 한진그룹 물류 계열사인 (주)한진의 부사장직에 이름을 올렸다.

조씨는 기존에도 한진의 마케팅총괄 전무였는데 이날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부동산 관리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부사장직도 그대로 유지했다. 모친인 이명희씨는 정석기업 고문으로 있는데 그도 이 자리는 지켰다.

조현민씨의 이런 처신을 두고 재계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이 애초에 오너 일가의 항공 계열사 경영참여를 막은 것은 그 집안이 워낙 '갑질'로 악명을 떨쳤기 때문이다.

산은이 8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준 덕분에 조씨 집안은 자기돈 한푼 들이지 않고 2위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수중에 넣었다.

당연히 재벌, 그것도 각종 사회적 물의를 빚은 악덕 재벌에 이런 특혜를 안겨줘도 되는 것이냐는 비판이 일었고, 산은은 이런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오너 일가 경영 참여제한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런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조현민씨는 부사장 승진이 아니라, 기존의 한진 전무직까지 내려놓은 것이 맞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진은 주업종이 물류라서 엄격하게 보면 '항공 계열사'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한진 공시를 보면, 지난해 이 회사의 그룹내 주요 항공계열사들과의 거래액은 382억여원에 달한다.

계열사별 거래금액은 대한항공 318억8100만원, 진에어 2억2600만원, 한진칼 2억7600만원, 한국공항 58억4900만원 등이다.

더구나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위기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말에는 임원 승진 인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일반 임직원들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원 승진 기회 조차 포기한 마당에 조씨만 나홀로 부사장 승진 파티를 한 셈이다.

산은은 지난달 한진칼과의 투자합의에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권 및 동의권 준수'를 한진칼과 조원태 회장에게서 약속받았다.

조현민씨의 계열사 부사장 승진은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요 경영사항'에 해당할 터인데, 산은이 이를 허락한 것인 지 의구심도 제기된다.

산은이 조씨의 부사장 승진을 사전 또는 사후에 승낙했다면 한진그룹의 도덕적 경영을 감시하고 담보하겠다던 대국민 약속은 이미 헛공약이 됐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조현민씨는 2018년 3월 '물컵 갑질' 사태로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6월 한진칼 전무로 복귀한 바 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