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택배기사 9일새 2명 뇌출혈로 쓰러져
롯데택배 30대 택배기사도 23일 사망

10월 24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청년하다 등 단체 관계자들이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연말을 맞아 배송 물량이 늘면서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지거나 숨지는 사고가 또 줄을 잇고 있다.

기사들 과로를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진 택배기사 40대 김모씨가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시장에서 배송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뇌출혈로 2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하루 약 300개 가량의 물량을 배송하고 평균 16시간을 근무했다. 배달 완료 문자를 미리 보내놓고 오후 10시 이후에도 배달 업무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4일에는 한진택배 소속 기사 ㄴ씨(50대)가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다. ㄴ씨도 하루 평균 270~280여개 물량을 배송하는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택배노동자 사고와 관련해 28일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진택배는 업계 최초로 오후 10시 이후 배송을 중단하는 ‘심야배송' 중단을 선언했지만 현장에서는 심야배송 중단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진택배는 11월1일부터 심야배송을 중단하고 당일 미배송 물량은 다음날 배송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택배기사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배송지별로 택배 상자를 구분해 싣는 분류작업 지원 인력 약 1000명 투입, 터미널 자동화를 위한 분류기 추가 도입 등 대안을 내놨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10월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을 발표하고 근무환경 개선과 건강관리 방안을 시행중인 가운데 택배기사의 건강이상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며 “사고 확인 즉시 택배 기사가 입원한 병원을 위로 방문했고 회복 이후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회사는 본사와 지점에 심야배송 중단 관련 전담인력을 배치해 택배기사의 시간대별 배송물량까지 세심하게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심야배송 사례가 확인되면 전담인력이 집배점과 택배기사를 즉시 면담해 집배점 내 지역을 조정하는 등 장애요인을 해소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롯데택배에서도 소속 택배기사 30대 박모씨가 23일 사망했다. 대책위 측은 고인이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노동 강도로 과로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기사 사망사고는 올 들어서만 16명째다.

추석 특수기간 이후인 10월에는 과로사로 추청되는 택배기사 사망사건이 한 달 동안 4건이나 발생했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 소속 사망 택배기사 수는 6명에 달한다.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안 등이 담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계속되고 있는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막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생활물류법은 △택배기사에게 운송계약갱신청구권 6년 보장 △표준계약서 사용 권장 △택배기사의 휴식 보장·안전시설 확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택배 기사의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꼽히는 분류작업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 작성 등이 권장 사안에 그치고 있다. 택배기사 휴식 보장 등 내용도 필요시 개선명령이나 권고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생활물류법은 24일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를 통과, 다음달 8일까지인 임시국회 내에 처리되면 2021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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