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유통·호텔 업계, 앞다퉈 시장 공략....2024년 7천억 시장 전망
유명 맛집 연계,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OEM·ODM 생산 확대

한국야쿠르트의 ‘잇츠온 양고기 밀키트’ 제품./사진=한국야쿠르트.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집에서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밀키트’(Meal Kit)’가 코로나19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짧은 시간 내 제대로 된 한 끼를 직접 만들어 먹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밀키트 제품이 기존 한식, 양식을 중심으로 한 식사류에서 파티 음식이나 술안주 등 특별한 날에 즐길 수 있는 메뉴나 유명 식당과 연계한 제품 등으로 다양해진 점도 인기 요인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밀키트 수요 급증에 식품업체는 물론 유통업체와 호텔까지 앞다퉈 관련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4년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를 7000억원대로 추정, 2019년(200억원) 대비 35배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야쿠르트는 자사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잇츠온’에서 판매된 밀키트 제품의 올해 연간 매출액이 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40억원)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밀키트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제품을 다양하게 내놓은 것을 주요 인기 요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소곱창순대전골, 양고기 밀키트 등을 출시하며 지난해 30여종이던 제품 수를 올해 40여종으로 확대했다.

잇츠온 제품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자회사인 비락이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해 생산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온라인 통합 플랫폼 '프레딧'으로 소비자가 잇츠온 제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프레시매니저(야쿠르트 아줌마)가 무료로 배송해준다. 프레시매니저는 밀키트를 직접 판매하지는 않는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내년에도 아시안푸드나 셰프 레시피로 만든 특별한 종류의 밀키트 제품을 출시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월 평균 20%씩 매출이 성장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7~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늘었다.

쿡킷은 고객 반응에 따라 제품 수를 조절해 20개 가량의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신제품을 출시하면 기존 제품 중 비인기 제품 판매는 중단하는 식이다.

CJ제일제당은 시즌 메뉴를 중심으로 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연말 수요를 공략해 홈파티 테마의 ‘스파이시 보일링랍스터&쉬림프’, ‘단호박크림파스타’ 등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밀키트가 올해 초부터 많이 판매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촉발된 2월경에는 필수 품목을 사재기하던 소비자들이 3월부터는 핫도그, 만두 등 냉동 제품을 많이 구매하는 성향을 보였다”며 “가공식품에 질린 소비자들이 ‘신선한 음식’을 찾으며 수요가 밀키트로 넘어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린푸드, SPC삼립도 올 하반기부터 밀키트 시장에 가세했다.

현대그린푸드는 6월 캠핑을 테마로 하는 ‘캠밀’과 9월 그로서란트(그로서리+레스토랑) ‘이탈리’를 통해 밀키트 제품을 신규 출시했다. 이탈리의 경우 12월 일평균 판매량이 론칭 첫 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SPC삼립은 9월 밀키트 전문 기업 ‘푸드어셈블’과 협약을 체결하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현재 제품 출시를 위해 준비 중이다.

‘더반찬’을 밀고 있는 동원홈푸드는 밀키트 브랜드 ‘맘스키트’ 판매를 올해 2월부터 중단했다. 단독 브랜드로 취급하기에는 이슈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측면에서 단종을 결정했다.

이마트 서울 성수점 밀키트 매장./사진=이마트.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도 자체브랜드(PB) 형식으로 밀키트 시장를 적극 공략중이다.

GS리테일은 올해 ‘심플리쿡’ 밀키트의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약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온라인 GS프레시몰에서만 제품을 판매하다가 판매 채널을 GS리테일, GS프레시로 확대해 편의점·슈퍼용 밀키트 등 채널 특성에 맞는 제품을 출시한 것이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GS리테일은 밀키트 상품을 작년에 비해 2배 가량 늘려 현재 200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9년 6월 HMR 브랜드 ‘피코크’에서 밀키트 부분을 떼어내 ‘피코크 밀키트’로 선보이고 있다.

피코크 밀키트의 1~11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증가했다. 피코크 밀키트 제품 수는 약 40여종이다.

이마트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유명 맛집과 연계한 제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의정부 부대찌개 맛집 ‘오뎅식당’과 협업해 출시한 피코크 오뎅식당 부대찌개 등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밀 솔루션 브랜드 ‘요리하다’를 통해 일부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8년 4월 백화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밀키트 ‘셰프박스’를 선보였다 판매를 중단한 현대백화점은 현재 리뉴얼 출시를 논의하고 있다.

국내 밀키트 주요 기업 현황./출처 각 사.

호텔들도 '셰프 레시피'를 내세워 특색있는 밀키트 제품을 선보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레스토랑 ‘호경전’ 대표 메뉴를 밀키트 형태로 만든 조선호텔 유니짜장과 조선호텔 삼선짬뽕은 8월 출시 후 100일 만에 10만개가 판매됐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11월 선보인 양갈비 스테이크 등 ‘63 다이닝 키트’는 출시 한달 반 만에 매출액 1억7000만원을 올렸다. 내년 1월 중 중식당 ‘백리향’의 레시피로 만든 동파육, 난자완스, 마파두부덮밥 등 3종의 밀키트 제품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밀키트 시장의 선두주자는 점유율 1위의 스타트업인 프레시지다.

프레시지는 올해 연간 매출이 1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711억8000만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프레시지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통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중심으로 자사 밀키트 제품을 판매해 오고 있다. 대기업 등 다른 밀키트 브랜드를 OEM,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판매하는 B2B(기업간거래) 영역도 지속 확대해 규모를 키워 나간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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