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GA매니저' 128명 위촉직으로 전환 추진
노조 "특고 전환으로 노조힘빼기 의도…파업 불사"
사측 "적법절차 따른 것...기존보다 더나은 대우 받아"

삼성화재 본사./자료사진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무기계약직 GA(법인보험대리점) 매니저의 위촉직 보험설계사로의 직무 전환 문제로 빚어진 삼성화재 노사 간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견 조율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노사가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삼성화재 노동조합 관계자는 5일 “회사가 의견수렴이라는 명목으로 형식적으로 공청회를 개최해 명분을 강화한 후 강제 전직 인사발령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노조는 회사가 GA매니저들의 현 신분을 유지하고 정규직과 같은 임금, 복리후생 등을 약속할 때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측이 이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며, 이후 합법적 파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해고 뒤 위촉직 전환·강제 직무전환 중단 ▲위촉직·직무전환 신청서 폐기 ▲임금제도 개선 및 정규직 수준의 복리후생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최근 두 차례 추가 공청회를 여는 등 타협점을 모색했지만 노조의 불신과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앞선 설명회·공청회에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고, 노조 측의 강한 요구에 최근 회사가 공청회를 추가로 개최했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위주로 설명하고, 조작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사측에 가까운 매니저만 불러 진행했다”면서 “회사가 의견수렴이라는 명목으로 공청회를 개최해 명분을 더 강화한 후 매니저들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고 다른 직무 일부를 몇 개 추가해서 수용을 강요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정규직인 무기계약직 GA매니저 128명을 위촉직 보험설계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지난달 11일 직군 전환 대상이 되는 GA매니저 128명에게 ▲직무전환 신청서 ▲GA매니저(위촉직) 지원서에 서명토록 했다.

보험설계 업무를 계속하려면 퇴사 뒤 설계사로 재계약을 하거나, 무기계약직 신분을 유지하려면 일반보험 업무지원·자동차보험 설계지원 등 타업무로 전환하라는 내용이다.

노조는 위촉직은 근로계약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해당하는데 삼성화재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급이 없게 되거나 언제든 해촉이 가능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안정과 복리후생 등이 보장된 삼성화재 GA매니저를 위촉직 설계사로 전환하면 퇴직금 등 급여가 축소되고 고용 불안도 가중된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노조는 사측의 직군 전환 강행 배경에 ‘노조 힘빼기’ 의도도 숨어있다고 주장한다.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은 노조 가입 대상이지만 설계사는 독립된 자영업자라서 노조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GA매니저 직무 전환과 관련해서는 적법한 절차 및 자율적 의사에 따라 본인의 직무를 선택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며 “직군 전환에 따라 기존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노조는 2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조직으로 결성됐다. 이 회사에 노조가 설립된 건 창사 68년 만에 처음이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삼성화재 노동자(계약직 GA매니저) 강제해고 및 강제전직 중단 촉구 현장 증언대회 및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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