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중 국장, 서기관 2명은 구속영장 발부, 1명은 기각
청와대, 산업부 등 '원전 경제성 조작' 수사 본격화될듯

4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이날 월성 1호기 원전과 관련한 내부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 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 중 당시 국장과 서기관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의 칼날이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을 거쳐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청와대를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은 이번 수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또 하나의 '정치 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당시 원전정책관과 원전정책과 서기관 등 2명에 대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 는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2일 월성 1호기 관련 컴퓨터 자료 삭제 혐의(공용서류 손상, 방실침입, 감사원법 위반)로 산업부 문모 전 원전정책관, 정모 전 원전정책과장, 김모 전 원전정책과 서기관(4급)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문 국장은 2019년 11월경 과거 같이 근무했던 부하직원으로부터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정 과장과 김 서기관과 대책을 논의했다.

문 국장은 김 서기관에게 과거 사용하던 컴퓨터와 이메일·휴대전화 등 모든 매체에 저장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김 서기관은 같은해 11월 1일 오후 11시경 자신이 근무했던 산업부 사무실로 몰래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자신이 사용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월성1호기 관련 문서 444건을 삭제했다.

감사원은 몇 시간 뒤 김씨가 파일을 삭제한 컴퓨터를 압수해 갔다.

검찰의 목표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 판단과 관련된 데이타 왜곡 및 산업부, 청와대의 외압 의혹이다.

대전지검 측은 지난달 16일 "월성 원전 관련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옳으냐 그르냐)에 관한 것이 아니다"며 "이번 수사는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감사 방해) 공무원 등 관계자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이날 파일삭제 건으로 신병을 확보한 문 국장 등은 2018년 4월부터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이 난 그해 6월 15일까지 월성 1호기의 이용률과 판매 단가를 조작하도록 한수원에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는 핵심 실무자들이기도 하다.

원전의 경제성은 이용률(가동률)과 전기 판매량, 판매단가에 의해 결정된다.

감사원은 한수원이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판단하면서 전기판매량을 계산할 때는 이용률을 60%로 적용하고, 판매단가를 산정할 때는 84%로 적용, 전체적으로 경제성을 고의로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이들 산업부 실무자들의 정점에는 백운규 당시 산업부장관이 있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는 점을 알았지만 이를 방치했다고 봤다.

이들 외에도 당시 청와대 근무자들 다수도 피의자로 입건돼 있다.

대전지검은 최근 압수수색을 벌여 2018년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산하 산업정책비서관이던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산업정책비서관실 파견 산업부 소속 행정관, 사회수석실 산하 기후환경비서관실 파견 산업부 소속 행정관 등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상태다.

검찰 칼날이 백 전 장관 등을 거쳐 조만간 청와대를 겨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의 경우 경제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안된 걸 알면서도 조기폐쇄를 압박했다고 결론지었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1호기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라고 실무자에게 물었고 이를 전해들은 백 전 장관은 산업부 직원에게 '조기폐쇄 결정 이후에도 운영하는 방안을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할 수 없다.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하는 쪽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어 "백 전 장관은 이 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변경허가 시까지는 계속가동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월성1호기 폐쇄시기 등을 결정함에 있어 한국수력원자력이 먼저 진행해야 하는 경제성 평가가 아직 착수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월성1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2년 1월 설계수명이 끝날 예정이었지만 5925억원을 투입, 설비보강을 통해 수명을 연장했고 이에따라 설계수명도 2022년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한수원은 2018년 6월15일 이사회에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자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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