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학습량 감소 배려...중상위권 극심한 '눈치 입시' 우려
수학 나형·영어 비슷, 국어는 쉬워..결시율 늘어 등급커트라인 영향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3일 오전 부산광역시 경남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 코로나19속에서 치러진 3일 시행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대체로 평이하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학습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험생들을 배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중상위권의 경우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이른바 '코로나 물수능'으로 인해 정시전형 등에서 극심한 눈치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민찬홍 한양대 교수는 출제 기조와 관련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예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중위권이 붕괴하고 재학생·졸업생 간 학력 격차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민 위원장은 "6, 9월 모의고사 분석을 통해 졸업생과 재학생 간의 학력 격차, 재학생들 내에서 성적 분포 등에 있어 예년과 달리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특히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조심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최종 결과물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애를 썼다. 초고난도 문항도 피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능은 전국 86개 시험지구에서 오전 8시40분 일제히 시작됐다.

1교시 국어영역은 전년도 수능보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까다로운 문제로는 '3D 합성 영상의 생성과 출력'을 소재로 한 기술지문을 읽고 추론해야 하는 36번 문제와 보기를 분석한 뒤 고전 시가와 수필 복합 지문에 나타난 화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40번 문제가 주로 거론됐다.

그러나 지문과 보기를 꼼꼼히 파악하면 풀 수 있는 문제로, 초고난도 문항은 없었다고 입시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2교시 수학 영역에서는 자연 계열 학생들이 주로 보는 가형이 작년 수능보다 다소 어려워 변별력 있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형의 경우 중위권 학생의 체감 난도가 특히 높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종로학원은 "수학 가형은 킬러 문항의 난도를 낮춰 외형상으로 쉬울 수 있지만, 킬러 문항 이외에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가 다수 있어 상위권과 중위권 간에 체감 난이도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 문제인 주관식 30번 문항이 특히 까다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각함수와 다항함수, 합성함수의 극대, 극소, 최대, 최소를 모두 파악해야 문제 풀이가 가능했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많이 응시하는 수학 나형은 작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쉬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올해 수학 나형 시험 범위로 새롭게 추가된 지수 로그, 삼각함수 문제도 대체로 평이하게 출제된 것으로 교사·입시업체들은 입을 모았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3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격리병동에 마련된 코로나19 확진 수험생 전용 임시 고사장에서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폐쇄회로 화면에 보인다./사진=연합뉴스

3교시 영어 영역은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종로학원은 쉽게 출제됐다던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도 이번 수능 문제가 더 쉬웠다고 평가했다.

영어 영역은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바뀌어 90점 이상은 1등급, 80점 이상∼90점 미만은 2등급, 70점 이상∼80점 미만은 3등급 등의 순으로 점수대별로 등급이 매겨진다.

올해 6월 모의평가 때 1등급 비율은 8.73%였다.

올해 수능에는 49만3433명이 지원해 수능 제도가 도입된 1994학년도 이후 가장 적었다.

1교시 국어영역 기준으로 보면 49만992명이 지원해 42만6344명이 실제 시험을 봤다. 결시율은 13.17%로 역대 최고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후 광주 남구 봉선동 동아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귀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수능 결시율 상승으로 1등급을 받는 인원이 줄어 수시모집 수능 최저등급을 확보해야 하는 수험생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거의 적용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위주로 수시에 지원한 수험생 사이에서 수능을 기피하거나 재수를 염두에 두고 결시한 수험생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됐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전형에 하향지원하고 수능을 포기한 수험생도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수능 응시생이 수능 도입 이후 처음 50만명 밑으로 내려간데다 결시율 또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등급 커트라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하고는 상대평가인 수능은 1등급 4%, 2등급 11% 등 등급마다 비율이 정해져 있어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이 감소하면 1등급을 받는 학생 수도 줄게 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7일까지 문제와 정답 이의신청을 받고 14일 정답을 확정해 발표한다.

수능 성적은 이달 23일 수험생에게 통보된다.

/자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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