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총장 임기 보장 취지 몰각" 직무정지 효력정지
감찰위 "징계청구, 직무정지 소명기회 안줘 절차 위반"
검찰, 보수단체 秋·심재철·박은정 등 고발건 수사 착수
징계위 주재할 고기정 법무차관 사퇴로 尹 징계위 4일로 연기
일부 언론은 당사자 부인에도 '윤-추 동반 사퇴' 분위기 몰아

정세균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일 고립무원의 사면초가 상태에 빠져든 모습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취한 징계청구와 직무집행정지명령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 행정법원이 잇따라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윤 총장 손을 들어줬다.

윤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추 장관 대신 주재해야하는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사표를 냈다.

검찰은 보수단체가 추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직권남용 고발사건을 서울서부지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추 장관을 접견한 것을 두고서도 일부 언론에서는 법무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추-윤 동반사퇴'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처분 집행정지 신청(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날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본안 사건(직무집행정지처분 취소청구의 소)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직무정지 명령) 집행을 정지하고 이후 부분은 기각한다"고 했다. 윤 총장은 본안 사건 판결 확정 시까지 효력정지를 구하였으나, 재판부는 본안 사건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만 효력 정지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 윤 총장)은 직무 정지 동안 검찰총장과 검사로서의 직무를 더는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면서 "이는 금전적 보상이 불가능한 손해일뿐더러, 금전 보상으로는 참고 견딜 수 없는 유·무형의 손해에 해당한다. 사후에 본안 소송에서 신청인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손해가 회복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집행정지 요건인 `긴급한 필요성'에 대해선 "이 사건 처분의 효과는 신청인이 검찰총장과 검사로서의 직무 수행 권한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으로 사실상 해임·정직 등의 중징계처분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며 "효력 정지를 구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징계위원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소송의 이익 자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가 최종적으로 언제 종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사유만으로 집행정지 필요성을 부정한다면 이는 신청인의 법적 지위를 불확정적인 상태에 두는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에 복종함이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 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에 대한 직무 정지가 지속되면 검찰총장 임기만료 시까지 직무에서 배제돼 사실상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는 바, 이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총장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가 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감찰위원회 임시회의에서 의견진술을 마친 뒤 건물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위원장 강동범)도 추 장관의 징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 명령이 모두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감찰위 관계자는 “추 장관의 징계 및 직무정지 처분은 대상자인 윤 총장에게 징계 사유를 알리지 않고,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절차의 중대한 흠결이 있다는 것에 감찰위원들이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2일 열릴 예정이던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에 대해 해임을 의결하면 윤 총장은 다시 직무정지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징계위원회는 4일로 갑작스레 연기됐다.

윤 총장 측이 징계위원 명단 공개 등을 요구하며 연기 신청을 한 영향도 있지만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전격 사퇴가 결정적인 이유였다.

검사징계위는 본디 법무부장관이 주재하지만, 이번 건에선 추 장관은 징계청구자라 징계 심의에 참석할 수 없다.

고 차관이 추 장관을 대신해 징계위를 주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의 사퇴로 회의 자체를 열 수 없게된 것이다.

고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이전에 법무부 차관을 임명해야 윤 총장 징계위원회 개최가 가능한 상황이 됐다.

1일 오전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마치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서부지검은 추 장관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대해 제기된 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을 전날 형사1부(박현철 부장검사)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 사건 고발인은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이라는 보수성향 단체다.

법세련은 고발장에서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한 것은 명백히 권한을 남용해 윤 총장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감찰 관계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국장과 박 담당관에 대해서는 "지휘권자인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을 알리지 않고 결재도 받지 않은 상태로 압수수색을 진행, 권한을 남용해 압수수색 관계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조 대행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법무부 감찰관실 파견 검사인 이정화 검사가 '법리검토 결과 윤 총장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보고서의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고 주장한 것을 근거로 보고서를 삭제한 설명불상자를 공문서변조죄, 변조공문서행사죄, 공용서류손상죄 등 혐의로 고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직후 추 장관을 청와대로 불로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영상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법무부는 "장관이 국무회의 직후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께 현 상황을 보고드렸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추 장관에게 윤 총장과의 동반 사퇴 문제를 언급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윤 총장의 자진사퇴와 추 장관의 동반 사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국무회의 전 총리께도 현 상황을 보고드렸다"면서도 "대통령보고 때와 총리 면담 시 사퇴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결정 직후 대검찰청사로 출근한 윤 총장은 "대한민국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기세를 올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의 직무집행정지 처분 효력정지 결정이 난 직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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