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수주 4분기 들어 급속 회복...연말까지 지속 전망
내년도 주력선종 LNG·LPG 수요, 신조 발주량 증가 낙관적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사진=현대중공업

[포쓰저널=임경호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연말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빅3'가 연말에 잇달아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주절벽을 맞이했던 한국 조선업계는 4분기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 중이다.

조선 3사의 최근 수주 실적은 더욱 두드러진다.

6일 각사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주일 간 조선 3사가 올린 수주 실적은 7133억 원(약 6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3사의 릴레이 수주 소식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2일 라이베리아 소재 선사에 총 1012억 원 규모 중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동형 선박에 대한 추가 발주를 협의 중인 만큼 추가 수주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은 3일 초대형 원유운반선 3척을 수주하며 막바지 피치를 올렸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와 체결한 이 계약은 총 2820억 원 규모다. 이번 계약에는 3척을 추가로 발주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추가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날 유니시 쉽핑(Unisea Shipping)으로부터 12만6000DWT급 수에즈막스 탱커 1척을 약 651억 원에 수주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와 2062억 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계약을 맺고, 같은 날 600억 원 규모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1척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11월에만 3조원이 넘는 수주를 따내며 조서 3사 중 가장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막바지 수주 실적에 힘입어 조선3사의 연간 목표 달성률도 높아지고 있다.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575만CGT·269척)이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한때 암울한 전망이 흘러나왔지만 연말 추가 수주 가능성은 낙관적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목표액 110억 달러 가운데 약 65억 달러(89척)를 수주, 달성률 59%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도 목표액 84억 달러 중 누계 실적 약 41억 달러(19척), 달성률을 49%까지 끌어올렸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목표액은 72억 달러다. 이 가운데 약 41억 달러(21척)를 수주하며 달성률 56%를 기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 ㄱ씨는 "수주 시황 측면에서 상반기에 비해 확실히 나아졌다"며 "올해가 1달 정도 남았지만 우리가 전망했던 프로젝트에서 운반선(추가 발주물량)이 나올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인도한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12월 발주 물량 기대...연말 추가 수주 가능성↑

업계에서는 한국 조선업체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대형 프로젝트 등에 따른 수요 증가로 당분간 수주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5위 해운업체 독일 하팍로이드는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최대 12척(옵션 6척 포함)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금은 약 20억 달러로 추정된다. 계약 체결 시 대우조선해양의 연간 목표달성률은 약 85%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대만 컨테이너선 전문선사 에버그린도 1만5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10척에 대한 건조계약 후보로 삼성중공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조선사와 일본조선사 등이 함께 후보군에 올랐지만 삼성중공업은 10월 에버그린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바 있다. 10척을 모두 수주할 경우 계약금은 15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의 목표달성률도 약 67%까지 상승 예정이다.

네덜란드의 쉘(Shell)도 용선 LNG선 4척을 추가로 발주할 계획이 알려지며 기존 LNG선을 발주해놓은 한국 조선소와 추가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연말 LNG선 수주 가이던스 15척(모잠비크 9척+기타 6척) 가운데 4척이 쉘의 발주물량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해당 물량을 수주할 경우 한국조선해양의 목표 달성률은 약 63%까지 오를 전망이다.

금융계에서는 LNG 추진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설계 인력이 없는 중국에 비해 한국 조선업의 시장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린뉴딜 정책에 따라 향후 세계 선박 발주 시장에서 LNG 연료를 쓰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카타르와 모잠비크, 캐나다 등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재개되면 쇄빙 LNG운반선의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해상풍력 확대 정책에 따라 해상풍력 설치선(WTIV)에 대한 수요도 생길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 LPG운반선./자료사진=대우조선해양

◆2021년 LNG·LPG 등 신조 발주량 낙관

금융계와 외신 등은 내년 전망도 낙관하고 있다. 올해 바닥을 찍은 조선업계 시황이 국제사회의 환경규제 효과와 폐선량 증가, 탱커 및 벌크선의 회복 여부에 따라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해운·조선업 2020년도 3분기 동향 및 2021년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선박 발주량이 1000만CGT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화된 환경규제 효과 등으로 발주량 및 수주량이 개선되면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봤다.

국내 3대 조선소가 주력 선종으로 삼고 있는 LNG선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방침에 따라 수요가 한층 커질 예정이다.

해외 해운언론 트레이드윈즈은 친환경 기조로 향하는 선박 업계에서 LNG·LPG선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선박 수주 잔고 중 25% 이상이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방안으로 설계되고 있다.

대신증권 이동헌 연구원은 지난 10년 간 등락을 반복해온 선박 발주량이 향후 5년 동안 2011~2015년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늘어나고 카타르발 대형 LNG 프로젝트의 영향 등 신조 발주량이 내년부터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향후 환경규제 강화 효과에 의한 잠재적 수요와 기대가 높은 만큼 핵심인력 등 경쟁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일시적 위기를 해소할 방안을 조기에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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