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계의명화 '가을의 전설' 8일 밤 10시 50분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감독: 에드워드 즈윅/출연: 브래드 피트(트리스탄 러드로우), 안소니 홉킨스(윌리엄 러드로우), 줄리아 오몬드(수잔나 핀캐넌 러드로우), 에이단 퀸(알프레드 러드로우), 헨리 토마스(사무엘 러드로), 카리나 롬바드(이사벨 댁코 러드로우)/장르: 드라마/ 제작: 1994년 미국/러닝타임: 133분/나이등급: 15세

가을의 전설

[포쓰저널] 영화 '가을의 전설'은 1880년대 말부터 196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트리스탄이란 남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투스텝이라는 인디언의 시각으로 그린 작품이다.

트리스탄의 짧지 않은 인생은 사랑과 애증, 이별, 고독으로 점철돼 있다. 어린 시절 곰 사냥을 나섰다가 목숨을 잃을 뻔하지만 곰과의 짧은 만남은 마음속 깊숙이 잠들어있던 야성을 일깨운다.

사랑하는 동생을 눈앞에서 잃고 그의 연인과 사랑을 나누지만 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잠들어 있던 곰의 야성은 그를 방랑의 길로 인도한다.

트리스탄의 야성과 방랑은 영화에서 그리 설득력 있게 그려지진 않지만 브래드 피트의 치렁치렁 흩날리는 금발과 우수에 잠긴 눈빛은 수많은 여성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가을의 전설' 줄거리

남북전쟁과 인디언 토벌 등을 거치며 군인으로서의 삶에 염증을 느낀 러드로우 대령은 광활한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와 가족과 몇몇 인디언을 비롯한 이웃들과 함께 새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전쟁을 피해 자연으로 돌아온 러드로우 대령과 달리, 그의 아들들은 1차 대전이라는 광기 어린 전쟁에 참가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선다. 러드로우 가문의 몰락은 이때부터 서서히 시작된다.

미국 정부의 인디언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던 윌리엄 러드로우 대령(안소니 홉킨스 분)은 퇴역 후 몬타나에 정착하여 외딴 곳에 목장을 짓고 세 아들과 산다.

장남 알프레드(에이단 퀸 분)와 둘째 트리스탄(브래드 피트 분), 막내 새뮤얼(Samuel: 헨리 토마스 분)은 제각각 개성이 강한 청년들로 자라나는데 특히 늦가을에 태어난 트리스탄은 다른 두 형제보다 유독 반항적이고 거칠게 자라지만 누구보다 동생을 아끼는 마음이 강하고 사내다워서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하지만 춥고 외로운 목장 생활에 지친 이들의 어머니 이사벨(크리스티나 피클스 분)은 도시로 떠나간다.

어느 날, 도시로 유학 갔던 막내 새뮤엘이 약혼녀 수잔나(줄리아 오몬드 분)를 데리고 나타난다. 사랑스러운 수잔나를 보는 순간 다른 형제들의 마음이 모두 흔들리지만 감성보단 이성이 앞서는 이들 형제들은 막내 동생의 행복을 빌어주며 수잔나를 따뜻하게 맞이한다.

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새뮤엘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겠다고 나서자 다른 두 형제들도 막내를 따라나선다.

결국 전쟁터에서 막내 동생이 전사하고, 이를 눈앞에서 목격한 트리스탄은 동생을 구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전쟁이 끝나고 먼저 귀국한 알프레드는 수잔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수잔나는 알프레드의 자상한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지만 얼마 뒤 트리스탄이 나타나 수잔나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다.

사랑하는 여인을 친동생에게 빼앗긴 알프레드는 도시로 떠나 사업가로 성공해서 의원에 당선될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트리스탄은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집을 떠나 방랑을 한다.

수잔나는 트리스탄이 돌아오는 날까지 기다리겠다고 맹세하지만 트리스탄은 이별을 고하는 편지를 보내는데...

영화 '가을의 전설'은 야성이 깃든 한 인간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과 그 가족들의 흥망을 그린 대서사시로 짐 해리슨(Jim Harrison)의 원작을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의 한글 제목, ‘가을의 전설’은 유명한 오역 사례에 해당하지만 아주 인상적인 제목이기도 하다. ‘떨어지다, 쓰러지다, 빠지다’등을 의미하는 ‘폴(Fall)’이 ‘가을’을 뜻하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가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성경적 의미에서 도덕적인 ‘추락(Fall)‘, 즉 '타락(Corrupt-Fall)'과 함께 '몰락(Fall Low)'도 의미한다는 점을 짐 해리슨의 원작 소설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우리나라와 스웨덴만 ‘가을’로 오역했다지만 ‘몰락의 전설’보다는 여러 면에서 느낌이 와닿는 제목이라는 평가다.

'가을의 전설' 의 흥행 성공으로 브래드 피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며 대자연의 풍광을 그림 같이 잡아낸 아름다운 영상으로 1995년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했다. 제임스 호너의 테마곡으로도 유명하다.

감독 에드워드 즈윅은 1952년 미국 출생으로 하버드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전공하고 AFI를 거쳐 TV활동부터 시작했다. 1976년부터 1980년까지 TV시리즈 <가족 Family>의 작가, 편집자, 제작자이자 연출자로 주류에서 성공을 누렸다.

<가족>을 비롯해 <30대 이야기 Thirtysomething>, <소위 나의 인생이란 것 My So-called Life>으로 이어진 즈윅의 TV물은 80년대와 90년대 보통 사람들의 문제에 밀도 있게 접근해 에미상을 비롯한 많은 상을 수상했다.

이후 영화감독으로 영역을 넓히는데 TV에서는 현대인의 일상과 인간관계를 주시하는 반면, 스크린에서는 영웅주의와 희생, 인간의 존엄성을 골자로 한 휴먼드라마에 주력했다.

그의 첫 장편 데뷔작은 <어젯밤에 생긴 일 (About Last Night, 1986)>로, 첫눈에 반해 충동적인 사랑을 나눈 두 청춘남녀가 갈등을 겪으며 성숙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두 번째 영화 <영광의 깃발 (Glory, 1989)>은 남북전쟁 당시 해방을 위해 스러져간 흑인 병사들을 소재로 한 휴먼드라마로 덴젤 워싱턴이란 걸출한 흑인 스타를 배출하며 아카데미 3개 부문을 수상하는 성공을 거둔다.

부당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길에 나선 두 여성의 로드무비 <여자의 선택 (Leaving Normal, (1992)>, 산업사회로 변해가는 미국 몬타나의 목장을 무대로 아버지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아들 3형제의 애증어린 가족사를 그린 <가을의 전설 (Legends of the Fall, (1995)> 등이 그 뒤를 잇는다.

걸프전에서 전사한 여군의 무공 진위를 가리는 <커리지 언더 파이어 (Courage Under Fire, 1996)>, 테러리즘을 소재로 국민의 인권과 국가권력의 충돌을 다룬 스릴러 <비상계엄 (The Siege, 1998)> 등 즈윅의 영화 전반에는 소시민적인 영웅주의와 진지한 메시지를 담으려는 노력이 드러난다.

한때 <뉴 리퍼블릭>, 대중음악잡지 <롤링 스톤>의 기자이자 편집발행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3년 <라스트 사무라이>, 2006년 <블러드 다이아몬드>, <2008년 <디파이언스>, 2010년 <러브 & 드럭스> 등을 발표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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