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직무배제' 가처분 이어 본안소송 제기 법정투쟁 본격화
평검사 이어 고검장, 검사장 등 '추미애 성토' 집단성명 줄이어
추미애, 12월 2일 징계위 개최...해임 의결 후 '文 결단' 코스갈듯
국정조사는 흐지부지...야당 "환영"에 민주당 "징계 절차 먼저"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판사 불법 사찰' 의혹 등과 관련해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윤 총장과 함께 배성범(58·23기) 법무연수원장, 한동훈(47·27기) 검사장, 송경호(51·29기)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고형곤(51·31기) 대구지검 부장검사 등도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및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관련 수사 고의 지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 윤석열 검찰총장이 26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직무정지명령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전날 밤 전자소송으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데 이어 정식으로 법정투쟁에 돌입했다.

현직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징계의 정당성을 싸고 법정 공방전을 벌이는 희대의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 윤석열' 성향 검사들은 잇따라 집단성명을 내고 추 장관을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차원의 평검사 회의도 열릴 기세다.

추 장관은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그는 12월 2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심의위원회를 열겠다고 윤 총장측에 통보했다.

정치권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친 윤석열'과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친 추미애' 진영으로 나뉘어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전날 꺼낸 국정조사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적극 수용의사를 나타낸 반면 민주당은 하루만에 오히려 한발 빼는 모습이다.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한 시민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이 나온 배너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대리인을 통해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지명령 취소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소장에서 추 장관이 직무정지 명령의 근거로 제시한 6가지 사유가 사실과 다른데다 충분한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아 위법한 조치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총장은 대리인을 통해 전날 밤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지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윤 총장은 대리인으로 검사 출신 이완규(59·사법연수원 22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와 판사출신 이석웅(61·연수원 14기) 법무법인 서우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완규 변호사는 2003년 3월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들이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토론회를 열었을 때 평검사 대표로 참여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이석웅 변호사는 윤 총장의 충암고 선배다.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장을 역임했다.

전날 대검 검찰연구관(검사)들이 스타트를 끊은 이후 검사들의 추 장관 규탄 집단성명도 줄을 잇고 있다.

조상철 서울고검장, 장영수 대구고검장 등 고검장 6명은 26일 오전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를 비판했다.

이들은 "일부 감찰 지시사항의 경우 구체적인 사건 수사와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진행된다는 논란이 있고, 감찰 지시사항과 징계 청구 사유가 대부분 불일치한다는 점에서도 절차와 방식, 내용의 적정성에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장 17명도 이날 집단성명을 내고 같은 주장을 했다. 이들은 이프로스에 올린 성명서에서 “검찰개혁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를 냉철하게 재고해 바로잡아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전국 18개 지검 중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 등 15개 지검장과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이 성명에 참여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성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대검 중간간부 27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청구·직무 정지 조치가 위법·부당하다"고 했다.

사법연수원 35기인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검사들도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법무부 장관의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집행 정지는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이뤄져 절차적 정의에 반하고 검찰 개혁 정신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검 평검사들도 추 장관 처분이 위법·부당하다는 취지의 성명을 이프로스에 올렸다.

의정부지검 평검사들은 "이번 처분은 국가 사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추미애 장관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라고 촉구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평검사들도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이 부당하다며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를 재고해달라"고 주문했다.

광주지검 평검사들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의를 여는 등 전국에서 추 장관에 반발하는 평검사 회의가 잇달아 열리는 모습이다.

앞서 대검 소속 사법연수원 34기 이하 검찰연구관들은 전날 이프로스에 처음으로 집단성명을 올렸다.

같은 날 부산지검 동부지청 평검사들도 이프로스에 올린 집단성명에서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배제를 명한 것은 위법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평검사 중 수석급인 사법연수원 36기 검사들도 이번 사태를 놓고 전국 차원 평검사 회의 개최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질문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 장관은 윤 총장과 검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추 장관은 이날 검사징계법에 따라 다음 달 2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하고, 윤 총장이나 변호인에게 출석을 통지하도록 지시했다.

징계위원회는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추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 6명은 법무부 차관과 법무부 장관이 지명한 검사 2명, 법무부 장관이 위촉한 변호사·법학 교수·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 각 1명씩이다.

다만 추 장관은 징계청구권자 신분이어서 사건 심의에는 관여하지 못한다.

징계위는 양측 의견과 자료를 토대로 심의를 벌여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징계 여부 및 수위를 의결한다.

검사징계법 상 검사 징계는 해임과 면직·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된다.

감봉 이상의 징계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검찰 안팎에선 징계위가 사실상 추 장관 뜻에 따라 윤 총장 해임을 의결하고, 추 장관은 이를 대통령에게 제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 내부에서는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이끄는 감찰팀이 수사정보담당관실에서 압수한 컴퓨터 포렌식을 실시하는 등 강제수사를 벌이고 있다.

판사사찰 문건 작성과 배포에 윤 총장에 어느정도 개입했는 지, '물의 야기 판사' 등 문건에 포함된 정보를 어떻게 수집했는 지 등이 수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비정상적인 정황이 포착될 경우 윤 총장 등은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총장 관련 국정조사 논의는 이날 여야 기류가 변했다.

민주당은 전날 이낙연 대표가 직접 '국회 국정조사'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지만 하루만에 법무부 검사징계위 논의가 우선이라며 한발 물러난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국조 제안을 흔쾌히 수용하겠다"며 내친 김에 추 장관까지 폭넓게 잘잘못을 따져보자며 역공에 들어간 모습이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국조를 하겠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고,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기 위해 국조나 특별수사로 진상을 규명하자고 말한 것"이라면서 "징계위 절차 이후 어떤 절차를 밟을지는 그때 논의하는 게 맞다"고 했다.

법사위원장 윤호중 의원도 국조 필요성과 관련해 "사안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 징계위와 가처분신청을 앞두고 있는데 그게 진행되게 전에 국회에서 조사부터 할 사안인지는 좀 봐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수용론을 내세우며 반격에 나섰다.

국정조사가 열리면 윤 총장 보다는 되레 추 장관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장 직무정지 사유와 함께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검찰권 남용 및 과잉인사권 행사에도 문제가 없는지 포괄적인 국조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정조사를 기꺼이 수용하겠다"며 "'묻고 더블로 가라'는 전략이 있듯이, 추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도 피해갈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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