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손들어 준 법원..."흡연-폐암 인과관계 확정못해"

건보공단, KT&G 등 상대 534억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서 패소
법원 "건보공단 보험금 지출은 법에 따른 것..손해 당사자 아냐"
"흡연자 발병 개개인 생활 습관,유전 등 다른 요인 작용가능성"

임경호 승인 2020.11.20 15:31 | 최종 수정 2020.11.20 15:41 의견 0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담배회사 상대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임경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 피해로 부담한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홍기찬 부장판사)는 20일 건보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534억여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요양기관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징수하거나 지원받은 자금을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보험급여 지출에 따른 공단 측 법익 침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원고의 보험급여 비용 지출은 피고들의 위법 행위 때문에 발생했다기보다 건강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관계에 의해 지출된 것에 불과하다"며 "피고들의 행위와 보험급여 지출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흡연과 폐암 등 질병 간의 인과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개개인의 생활 습관과 유전,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에 다른 요인들에 의해 발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건보공단은 흡연과 인과성이 큰 △소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환자들 가운데 20년 동안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하고, 흡연 기간이 30년을 넘는 이들을 대상으로 건보공단이 2003∼2013년 진료비로 부담한 금액을 배상금으로 요구했다.

재판은 △공단이 입은 직접적인 손해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 △제조물 책임 △불법행위 책임 △손해배상액 범위 등을 주요 쟁점으로 진행됐다.

건보공단 측은 "담배의 유해성은 주로 담배 연기 속 타르 성분에 기인하는 것이고 담배의 중독성은 니코틴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 대체 설계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담배의 중독성으로 인해 흡연자가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흡연을 중단할 수 없다면 흡연 피해를 담배회사들이 책임 져야 한다는 게 공단 측 논지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재판 직후 "담배의 명백한 피해에 관해 법률적으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는데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담배회사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KT&G는 "원고가 개별수진자에게 치료비를 지급했다고 해 제조자를 상대로 한 보험금지급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이 성립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국가기관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국내 최초 소송에서 KT&G의 위법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햇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BAT코리아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환영하며, 환경과 사회적 측면에서의 책임을 이행하는 노력을 기울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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