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뇌물' 5차공판...'뇌물성격' 특검-삼성측 충돌
재판부-특검, 준법감시위 심리위원 임명 싸고 고성 설전
다음 기일에는 증거조사...12월 중 공판 마무리될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자료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5차 공판에서는 삼성측이 주장하는 '수동적 뇌물론'과 재판부가 강력히 추진중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평가 문제를 싸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공판 참석차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장례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냈으나 법정 밖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상성 미래전략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회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의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업무상 횡령 등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5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에서는 이 부회장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씨 쪽에 준 뇌물의 수동성 여부를 싸고 삼성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간에 공방이 오갔다.

특검은 국정농단 뇌물 사건에 연루된 여타 기업인들과 비교해 이 부회장 등이 적극적으로 뇌물 요구에 응했으며, 이를 넘어 박 전 대통령을 자신들의 목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용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준 뇌물은) 요구형 뇌물이란 점 자체는 다툴 여지가 없다. 다만, 요구형 뇌물이라고 해서 수동적이라고 전제할 수 없고 (이 부회장이) 이 기회를 추구해 이익을 추구한 점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뇌물공여로 봐야할 것이다”라고 했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뇌물을 요구받은 기업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승락한 경우와 ▲소극적인 승낙 혹은 저항을 한 경우, 두가지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소극적인 승낙 혹은 저항을 한 사례로는 △포스코의 여자 배드민턴 팀 창단 거절 △ KT의 안종범 당시 경제 수석의 지시 거절 △ SK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 거절 △롯데의 뇌물 금액  축소시도 등을 들었다.

이에 비해 이 부회장 등은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그 즉시 이행하거나 오히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특검은 지적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등은 대통령의 요구를 받고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적극적, 능동적으로 행동했고, 이는 대통령과의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같은 측면에서 피고인들의 본건 범행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이 부회장 측은 과거 대통령이 요구한 뇌물을 제공한 기업인들이 처벌받았던 사례들을 나열하며, 이번 사건에서 1차 책임은 뇌물을 요구한 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있다고 항변했다.

이 부회장 측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등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통치자금을 요구해 기업인들이 자금을 제공한 사건들의 양형과 이번 사건을 비교했다.

이 부회장 측은 “많은 기업인들이 대통령의 요구에 못이겨 자금을 제공했고, 검찰은 뇌물공여죄로 판단해 기소했었다”며 “이들의 공여액은 많게는 150억원이나 됐지만 법원은 이들에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들을 맡았던 서울고법은 양형 이유에 대해 기업인들에게 1차적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고, 정말 1차적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기업인들이 돈을 바치게 만든 권력과 돈을 거둔 추종자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설립 건을 들며 "대통령이 자금 지원을 요구했고 (기업인들이 이에 따랐지만) 이 사건에서 자금을 제공했던 기업인들에 대한 기소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또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신동빈 롯데 회장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의 단독 면담후에 75억원의 자금이 제공됐고, 당시 롯데는 경영권 분쟁, 호텔롯데 상장, 면세점 면허 재취득 등의 현안도 존재했지만 신 회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며 신 회장과 이 부회장의 경우는 유사성이 있음에도 이 부회장이 지나치게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고 항변했다.

삼성측은  “당시 서울고법은 양형사유로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금원 요구했고, 공여자인 (신 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했고, 의사결정 자유 역시 제한된 상태였다며 뇌물공여의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고 했다.

2월 5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에서 위원들이 김지형 위원장(왼쪽 첫번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당시 위원 중 권태선, 이인용씨 등 일부는 중간에 사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공판에서는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전문심리위원회의 위원을 직권으로 선정했다고 통보하면서 특검팀과 고성을 섞은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위원 후보로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특검은 참여연대 소속 홍순탁 회계사, 삼성 측은 검사 출신 김경수 변호사를 추천했다.

특검은 김 변호사가 전문심리위원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김 변호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에 연루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변호을 맡은 법무법인 소속이다”며 삼성 전·현직 고위직인 피고인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홍 회계사가 위원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홍 회계사가 소속된 참여연대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이 부회장의 양형사유로 고려하는 것 자체를 반대했고, 홍 회계사 본인도 삼성물산 합병 사건의 고발인 중 한명이어서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중립적인 인물로 볼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재판부 직권으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회는 11월30일까지 준법감시위원회의 평가활동과 관련해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23일 다음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다음 기일에서는 양형심리 관련 필요한 부분에 관한 증거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준법감시위 심리위원 보고와 증거조사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12월 중으로 결심공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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