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한번당 140만원" 삼성생명 강경대응에 암환자들 '벼랑끝'

삼성 측 간접강제 신청 법원서 인용…사실상 거액 벌금
보암모 "보험금 못받은 암환자들 압박...굴하지 않을 것"
'요양병원 항암치료비' 해석 차이로 1년 가까이 대치

김지훈 승인 2020.11.06 17:17 | 최종 수정 2020.11.07 12:12 의견 0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 2층 삼성전자 고객센터를 점거해 농성하고 있는 보암모 회원들이 울부짖고 있다./사진=보암모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삼성생명 사옥에서 1년 가까이 농성을 하고 있는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회원들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해달라는 삼성생명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입주한 삼성생명 등 삼성금융계열사와 삼성 어린이집 2곳 등이 보암모 집회에 대해 낸 간접강제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앞서 삼성생명 측은 법원의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집회시위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암모 회원들이 불법시위를 멈추지 않자 법원에 간접강제금을 부과해줄 것을 신청했다.

보암모 회원들이 관련된 모든 재판에서 패소해 시위를 이어갈 명분을 잃었음에도 불법 행위를 지속하고 있어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간접강제금은 법원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앞으로 보암모 회원들이 욕설이 담긴 음원을 재생하거나, 사옥을 불법 점거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할 경우 간접강제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보암모 회원들은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각 50만원, 삼성금융 계열사에 각 10만원 등 회당 총 140만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보험 민원제기에 고소·고발 위주로 대응하면서 소비자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근아 보암모 회원은 “삼성생명이 보험금 받을 방법이 없어 항의하는 암환자를 상대로 수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도 모자라 집회 자체를 막고자 한다”며 “언론에는 암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더니 뒤에서는 고소·고발로 갑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측은 “간접강제신청이 결정됐다고 해서 당장 배상금을 청구하지는 않고 당분간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암모 측은 “암 환자들이 벼랑 끝에 몰려 살고자 나왔는데 법원에서 삼성 편만 들고 있다”며 “사옥 2층 고객센터 점거 농성도, 사옥 앞에 설치한 컨테이너에서의 시위도 굴하지 않고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보암모 회원 일부는 여전히 삼성생명 사옥 2층 고객센터를 점거해 농성 중이다.

9일에는 삼성생명 서초사옥 앞에서 ‘암환자 삼성생명 고객센터 점거농성 300일 삼성피해자 공동집회’도 예고한 상태다.

보암모 회원들이 삼성생명 서초 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김지훈 기자 

삼성생명과 보암모의 법적 분쟁은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에서부터 시작됐다.

암 보험 약관에는 '암의 직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지만, 어떤 치료가 암의 직접 치료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보험사와 가입자 간에 분쟁이 생겼다.

암 환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는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것도 암의 직접 치료라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생명 측은 이를 직접 치료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양측은 수차례 면담을 가졌으나,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을 뿐 암 보험금 지급에 관해서는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보암모는 삼성생명이 약관에 근거없이 요양병원 입원치료가 필수불가결한 입원이 아니라는 자의적 해석을 통해 약정된 보험금을 일방적으로 미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암 치료과정 중 발생한 통증과 부작용으로 자택 치료가 어려워 요양병원에 입원했지만 삼성생명이 입원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지급과 관련 주치의 소견을 통해 직접적인 치료가 인정되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단순 후유증, 합병증 치료를 위한 입원은 암의 직접적인 치료로 보기 어렵다는 판례를 들어 보험료 지급을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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