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대책위 "'대국민 사기극' 회사가 비용 전부 부담해야"
CJ대한통운 "비용 모두 회사가 부담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가 10월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기사 사망에 대해 직접 사과하며 분류인력 지원을 비롯한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 실행을 책임지고 확실히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사망과 관련해 분류인력 지원으로 택배기사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해 놓고, 뒤에서는 관련 비용을 대리점과 택배기사에게 전가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 측은 ‘분류인력 지원 비용을 모두 회사가 부담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책 발표 당시 인력 규모와 구체적인 추가 비용 등을 설명하며 ‘택배기사의 건당 수수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미뤄봤을 때 회사 측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것처럼 추측하도록 교묘하게 의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주 지역별로 대리점 소장들과 협의를 진행하며 분류인력 지원 비용과 관련해 ‘본사가 50%를 지원할테니 나머지 50%는 대리점 내에서 협의해 진행하라’고 통보했다.

대책위는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대리점의 경우 본사로부터 통보받은 50%를 택배노동자에게 강제로 전가시킬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강요신고센터를 통해 받은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의 A대리점의 경우 분류인력 비용 부담을 본사가 50%, 대리점 30%, 택배기사 20%로 정하고 인력투입 비용이 1인당 100만원이 초과해도 50만원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일부 대리점의 경우 본사 50%를 제외하고 나머지 50%를 모두 택배기사에게 전가시킨 곳도 있다고 대책위 측은 설명했다.

대책위는 “CJ대한통운은 분류작업 인력의 모집, 운영 등도 대리점에게 떠넘기는 형국이고 택배기사 1인당 10만원만 지급할테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통보하고 있다”며 “11월부터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5일이 지난 현재 인력투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이유 역시 본사의 비용부담을 떠넘기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대책 발표 당시 분류인력 지원 비용을 모두 회사가 부담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며 “분류지원 인력 비용은 집배점과 절반을 전제로 해 집배점의 규모와 수익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부담하는 것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집배점에서 택배기사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이사는 10월22일 연이어 발생한 택배기사 사망에 대해 직접 사과하며 분류인력 지원을 비롯한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 실행을 책임지고 확실히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종합대책을 통해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인력 투입으로 매년 5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CJ대한통운 정태영 택배부문장은 “기존 택배기사 중심으로 운영됐던 분류작업 문제에 대해 택배회사가 직접 나서 참여하겠다는 것”이라며 “단기 방편으로 인원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인력을 투입해 운영할 생각”이라고 설명하며 분류작업 인원 투입이 택배기사의 수수료 감소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종합대책은 ▲작업시간의 실질적 단축 ▲선제적 산업재해 방지 ▲작업강도 완화위한 구조적 개선방안 ▲상생협력기금조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한편 올해 사망한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수는 6명이다. 노조 등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추석 특수기간 등 영향으로 택배 물량이 늘어났음에도, 택배기사의 업무환경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다수 택배기사들이 과로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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