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장지구', 유덕화X오천련 홍콩 누아르 마지막 걸작

EBS 세계의명화 '천장지구' 31일 밤 10시50분

강민주 기자 승인 2020.10.31 21:46 의견 0

천장지구(天若有情)=감독: 진목승/출연: 유덕화, 오천련, 오맹달 /제작: 1990년  홍콩
/러닝타임: 90분 /시청연령: 15세

천장지구


[포쓰저널] 영화 '천장지구'는 홍콩 누아르의 마지막 전성기 명작이자  홍콩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루지 못할 사랑’의 키워드에 당시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겪은 홍콩의 무드가 녹아있다는 평을 받는다. 

부모 세대 또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삶의 목표도 꿈도 없는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안정된 삶을 꿈꾸지만 끝내 좌절되고 만다는 비애가 섞여있다. 

국내에까지 유덕화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명실상부하게 유덕화의 매력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천장지구>의 영향으로 유덕화의 오토바이, 청재킷, 찢어진 청바지 등이 크게 유행했음을 떠올려보자. 특히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빼입고 오토바이를 달리는 장면은 숱한 드라마와 예능 등에서 패러디를 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란 아화(유덕화)는 오토바이를 즐기는 스피드광이다. 아화는 병든 할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 일하게 된다. 

어느날 보석상을 털다 경찰과 충돌해 경찰로부터 쫓기게 된 아화는 때마침 곁을 지나고 있던 죠죠(오천련)를 인질로 잡아 그 순간을 모면한다. 

아화와 함께 다니던 무리가 죠죠가 자신들의 얼굴을 알고 있으므로 죠죠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아화는 필사적으로 죠죠를 두둔하며 결국 죠죠를 풀어준다. 죠죠는 부족함없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자신과 다른, 거칠고 음울한 아화에게 마음이 간다. 

그로부터 얼마 뒤 경찰은 아화 무리를 잡아두고, 죠죠의 신원을 알아내 죠죠를 불러 용의자들의 몽타주를 확인하도록 한다. 죠죠는 아화를 알아보지만 모른척하고 아화를 풀려나게 한다. 

아화 무리는 죠죠를 저대로 두면 안될 것 같다며 틈틈이 죠죠를 공격하고, 그 때마다 아화가 나타나 죠죠를 지켜준다. 

아화와 죠죠는 함께 폭력배 무리로부터 도망치고, 그러한 와중에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사랑이 싹튼다. 

아화는 죠죠로 인해 자신의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을 것을 잠시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아화와의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는 죠죠 부모님으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은 다시 위기를 맞는다. 

죠죠는 곧 캐나다로 떠나게 되고, 아화는 조직의 분열로 신변이 위험해진다. 조직원들끼리의 싸움 도중 커다란 가스통에 머리를 맞은 아화는 불길하게도 코피가 멈추지 않는다. 죠죠가 캐나다로 떠난다는 걸 알게 된 아화는 죠죠를 찾아가고 죠죠와 근처 웨딩숍을 털어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훔쳐입는다. 

두 사람은 성당에서 간단한 결혼 서약을 하고, 아화는 기도하는 죠죠를 두고 조직원들과의 남은 싸움을 위해 홀로 떠난다.

영화 타이틀인 ‘천장지구(天長地久)’는 ‘하늘과 땅만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사랑’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버전의 제목이고 홍콩버전의 원제목은 ‘천약유정(天若有情)’이다. 

‘천약유정’은 당나라 시인 이하의 시에서 따온 말로 ‘하늘에도 정이 있다면’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시인 이하는 27세로 요절했다. 요절의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이하의 요절이 시에 변치않을 아우라를 심은 것만은 분명하다. 

대만에서의 개봉 제목은 ‘추몽인’, 꿈을 쫓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개봉판 제목으로도 당시 각국에서 이 영화의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었는지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홍콩판 ‘로미오와 줄리엣’, 절절한 멜로드라마로 보았고, 홍콩에선 아화의 비극적인 삶과 사랑에 주목한 듯하다. 대만에서도 아화에게 포커스를 두었으나 꿈을 이루지 못해 좌절한 젊은이의 표상에 더 관심을 보인 것으로 짐작된다.

동아시아를 뒤흔들었던 <천장지구>는 당시 20대였던 진목승 감독의 데뷔작이다.  홍콩 누아르 세대의 감독들 중에서도 섬세한 스토리를 특기로 한다. 

TV업계에서 연출, 촬영, 시나리오, 편집을 두루 배웠고 성룡과 함께 작업한 <CIA>(1998)로 흥행 감각과 작품성까지 함께 지녔음을 인정받았다. 

<천장지구> 시리즈가 홍콩 누아르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화들이었다면, 이후의 진목승의 작업들은 홍콩 누아르에 펑키하고 좀 더 기술적인 액션 누아르를 접목한 작품들이 다수였다. 

당시 대표작이 증지위와 사정봉이 출연한 <젠 엑스 캅>(1999), 여명과 정이건의 <쌍웅>(2003)이다. 성룡의 액션 대표작이라고도 꼽을만한 <뉴 폴리스 스토리>(2004) 또한 그의 작품이다. 지금도 여전히 활발히 연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홍콩 누아르의 얼마되지 않는 계승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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