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계의명화 '이창' 10일 (토) 밤 10시 50분

이창(Rear Window)=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제임스 스튜어트, 그레이스 켈리, 웬델 코리, 델마 리터/ 장르: 스릴러 미스터리/ 러닝타임: 112분/ 개봉: 1957년 2월24일/ 시청연령: 15세이상

 

[포쓰저널] 영화 '이창'은 관음증을 소재로 한 작품이자 현존하는 모든 스릴러의 원조급 작품이다. 한정된 공간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상의 작은 소재로 탄생된 스릴러의 걸작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는 히치콕 감독이 왜 거장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 전반부는 모든 장면들이 제프리의 아파트에 설치돼 있는 카메라로 촬영돼 전적으로 제프리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하지만 개가 죽는 사건을 시작으로 접어든 후반부는 제프리 관점에서 벗어나기 시작해 창문 밖에서 제프리를 보여주거나 창문에서 바라보는 각도와는 다른 각도에서 이웃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좀 더 높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제프리와 보석 판매원이 격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관객들과 함께 이웃 사람들을 관찰하던 제프리가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관객들과 이웃 사람들로부터 관찰당하는 처지가 된다. 

이 작품은 히치콕 감독이 직접 출연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어디선가 슬쩍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리는 대머리 히치콕 감독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2007년에 개봉된 영화 <디스터비아, Disturbia>는 '주인공이 창문을 통해 이웃집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목격한다'는 기본 설정이 이 작품과 유사하다는 평을 받아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사진작가인 제프리(제임스 스튜어트 분)는 레이싱카를 촬영하던 도중 다리를 다쳐 한여름에 후덥지근하고 좁은 아파트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간호사와 애인 리사(그레이스 켈리 분)가 방문하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만 하는 무료함은 어쩔 수 없다. 제프리스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들을 관찰하기 시작하고 각각의 특이한 점을 살려 별명까지 지어가며 훔쳐보기를 즐긴다.

 상상속의 구혼자와 근사한 저녁을 먹는 남자에 굶주린 노처녀, 자식이 없어 애완견에 모든 사랑과 애정을 쏟아 붓는 중년 부부, 하루 종일 커튼 뒤에서 사랑을 나누는 신혼 부부, 항상 속옷 바람으로 춤 연습을 하는 댄서, 싸움이 끊이질 않는 보석 판매원 부부 등... 

그의 아파트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여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제프리스는 보석 판매원 부부의 행동에서 이상한 점을 간파한다. 우선 아내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남편은 한밤중에 외출을 하고 범죄에나 사용했을 법한 물건들을 지니고 있다. 급기야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고 결국 아는 형사에게 연락을 취하는데...

'이창'은 제목 그대로 창 너머 다른 세계에 관한 이야기. 관음증이라는 인간의 은밀한 욕망과 본능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관음증의 핵심은 나는 보는데 상대방은 그 시선을 모르는 데 있다. 

일방적인 시각에 의존하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기초할 때 성립하기 때문에 권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제프리가 이웃 사람들의 행동을 훔쳐보면서 느끼는 재미와 한 남자의 수상한 행동을 보면서 느끼는 호기심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끼게 해준다. 

감독은 이러한 독특한 영화 기술로 관객들에게 훔쳐보기를 간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관음증은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관음증과 함께 인간의 강박증에 대한 탐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관음증은 부정하다는 걸 알면서도 호기심으로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자꾸 훔쳐보게 되는 일종의 강박증인 것이다.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감독은 1899년 영국 레이턴스톤(Leytonstone) 출생. 본명은 알프레드 조셉 히치콕(Alfred Joseph Hitchcock).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화 역사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스타 감독일 것이다.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히치콕은 처음에는 상업 영화의 대가로서,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에는 영화 매체의 시청각적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한 탁월한 형식주의자로 평가받았다. 

히치콕은 가장 상업적인 장르인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영화 장르에서 작업했지만 절묘한 기법으로 관객의 도덕의식을 희롱하는 데 장기를 보였다. 히치콕의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마음을 교묘하게 조종당하며 재미와 공포가 섞인 감정을 맛보게 된다. 히치콕의 영화에는 언제나 히치콕다운 맛이 있다. 

그는 서스펜스 영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수많은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했다. 그중 하나가 맥거핀(Macguffin)인데, 관객들이 줄거리 전개를 예상할 때 계속 틀리게 하는 히치콕의 속임수 장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10대 후반에 영국 런던에 지사를 둔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에 취직하면서 영화 일에 뛰어든 히치콕은 소도구, 편집, 각본 등의 일을 하며 차근차근 승진했다. 1925년에 첫 장편영화를 만들었고 <협박>(1929)부터 영화감독으로서의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이 그를 할리우드에 불렀고 1940년 <레베카>로 할리우드에 무사히 입성했다. 히치콕의 대표작들은 다 미국 시절에 나왔다. <오명>(1946), <의혹의 그림자>(1943), <이창>(1951), <현기증 >(1958), <싸이코>(1960), <새>(1962) 등은 히치콕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의 대표작이고 현대 영화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1960년대 중반 이후에 만든 히치콕의 후기작들은 평판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명성은 높아갔다. 마지막 작품 <가족 음모>(1975) 이후 은둔 상태에 있던 히치콕은 78년 이후에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980년 3월 히치콕은 자신의 사무실을 폐쇄하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수여받은 뒤 죽음을 기다렸다. 그후 1980년 4월 29일 LA에서 노환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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