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LH 매입 후 다른 땅과 교환..공원화"
대한항공, 2600억에 매입...市 보상금 4670억
"문화재 지역이라 개발가치 높지 않다" 분석도

서울 중로구 송현동 옛 미대사관 숙소 부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의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기로 결정했지만 상황은 되레 더 꼬여가는 분위기다.

시가 매입주체로 언급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결정된 바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땅 주인인 대한항공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실탄 마련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끝까지 버틸 태세다.

서울시는 7일 열린 제14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송현동 부지 3만7142㎡(1만1235평)를 특별계획구역에서 '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를 포함한 '북촌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8일 밝혔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LH가 우선 사들이고 향후 서울시 소유의 다른 땅과 교환하는 제3자 매입 방식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 LH 측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9월 25일 서울시가 우선 LH가 땅을 매입하는 방식의 제3자 매입 방식을 제의한 바 있다”며 “하지만 5000억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가는 일이라 내부적으로 검토만 했을 뿐 어떠한 결정은 내린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우리 공사와의 협의도 없이 갑자기 제3자 매입 방식을 발표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LH는 전날 오후 낸 해명자료에서도 “LH는 부지 매입여부 및 매입 방식에 대해 검토하는 수준의 단계로, 서울시와 이와 관련하여 합의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은 공원화 계획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에 한옥식 호텔 건립을 추진하다 뜻대로 되지않자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15개 업체가 입찰 참가의향서를 내는 등 시장 관심은 높았지만, 서울시가 5월 송현동 부지 공원화 구상을 밝히면서 이도 힘들어졌다.

6월 진행된 입찰에서는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공원화를 막기 위해 8월 2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구체적 시설 여부 및 예산 확보조차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우선 지정해 확보하려 한다”며 “이는 사유재산인 송현동 부지의 실질적인 매각을 막는, 사실상 위법성 짙은 알박기”라고 서울시를 맹공했다.

서울시도 일단은 권익위 판단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7일 가결된) 공원 결정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 고시는 권익위 조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유보한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시가 개발 철학을 180도 바꾸지 않는 한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재직 시부터 송현동 부지가 전통 문화의 핵심지인 만큼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사적 이윤논리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에 방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당 부지를 서울시나 LH가 매입 또는 수용하더라도 대한항공이 실제로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인 지에 대해선 업계 의견이 갈린다. 

앞서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수용할 경우 보상금액을 4670억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 땅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했다.

부동산 업계는 해당 부지 인근 땅값이 3.3㎡ 당 5천만원은 족히 된다고 한다.

이런 단가를 적용하면 송현동 부지 시가는 최소 5618억원이 된다.

하지만 부지 주변에 경북궁 등 문화재와 학교 등 부동산 개발에는 치명적인 시설들이 포진해 있어 실제 가치는 그다지 높지않다는 말도 나온다.

설사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원화 계획이 없다손 치더라도 문화재 등으로 인한 층고와 용도 제한이 엄격해 부동산 개발의 전제인 수익률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서울시 부동산 폭등으로 지주들의 기대감을 높힌 것이 서울시와 대한항공 간 갈등의 근본원인이 된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권익위의 조정을 지켜보면서 서울시와도 협의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소유 서울 송현동 부지 위치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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