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앤씨 APOV] '혐오'가 부른 세계사속 비극이 주는 교훈

티앤씨재단 APOV 컨퍼런스, 2~4일 '바이어스, 바이 어스'
'비뚤어진 공감이 만드는 혐오 사회' 주제, 세계사통해 성찰

염지은 승인 2020.10.03 22:09 | 최종 수정 2020.10.04 21:45 의견 0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스 독일에 의해 600만 명이 학살된 홀로코스트, 1세기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100일 동안 80만 명이 희생된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사건.

인류를 고통으로 내몰았던 이들 비극적 사건들은 모두 민족에 대한 극단적 '혐오'가 발단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홀로코스트 당시 독일에는 유대인에 대한 오해가 심각했다. 독일인에게 유대인들은 고리대금으로 돈을 버는 기생충같은 자본가였다. 사회주의 혁명으로 독일을 위협하고 있는 소련 공산당의 핵심 세력도 유대인이었다. 독일인들이 선망하는 언론인, 교수, 변호사 등 핵심 전문직도 모두 유대인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통계도 퍼졌다.

히틀러는 전쟁의 패배, 경제공황으로 분노하고 공포에 질렸던 독일인들을 위해 책임질 희생양으로 유대인을 지목했다.

독일 인종주의자들은 네 개의 인간 등급 맨 아래 유대인을 두고 차별하는 인종차별법을 통과시켰다. 유대인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수용소에 격리시키고 노동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발가벗겨 독가스실로 보냈다. 유대인들은 종교적 이유 등으로 유럽사회로부터 박해와 차별을 받는 혐오의 1차적 대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유대인과 아랍인들간 맺은 3중의 모순된 협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중동분쟁의 비극을 야기시키며 뿌리깊은 민족간 '혐오'를 낳고 있다.

영국·프랑스와 독일·오스트리아가 전쟁중이던 1915년 영국의 식민지배하에 있던 이집트 총독 맥마흔은 아랍 통치자였던 후세인과 접촉해 영국 편에 서줄 것을 제안하면서 팔레스타인 등 아랍세계의 독립을 약속했다. 1917년에는 영국 외무장관 벨푸어가 유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 국가를 창설해주겠다고 비밀협약을 맺었다.

영국은 아랍과 유대인 사이에서 이중 협약을 맺으면서 한쪽으로는 프랑스와 1916년 사이크스-피크 조약을 또 맺는다. 프랑스와 시리아-쿠웨이트를 일직선으로 긋고 전쟁후 선 북쪽 지역은 프랑스, 팔레스타인이 포함된 남쪽은 영국이 갖기로 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전후 마무리 조약을 하면서는 유럽에 살던 유대인들이 유리한 협상권을 갖게 됐다.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국가를 창설한다. 끝나지 않는 중동분쟁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1994년 4월부터 7월까지 100일간 80만명이 희생되며 국제사회를 경악시킨 아프리카 르완다 대학살 사건도 식민 통치를 하던 벨기에가 부추긴 민족간 '혐오'에서 비롯됐다.

2차 대전이 끝나면서 르완다를 차지하게 된 벨기에는 식민 과정에서 르완다에 함께 살던 투치족과 후투족에게 집단 정체성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투치족을 좀 더 우수한 민족으로 평가하며 후투족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다수의 투치족이 독립을 요구하면서는 입장을 바꿔 후투족 편을 들었다. 후투족과 투치족간 경쟁심을 활용해 식민정치를 폈다.

투치족이 후투족의 탄압을 피해 르완다를 떠나 난민으로 전락하면서 인근국가와 국제사회는 복잡한 개입을 시작했고 내전이 시작됐다. 내전중에 두 부족의 정상이 탔던 비행기가 미사일 추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후투족은 100일간 투치족 3분의 2에 달하는 80만명을 학살했다.

 


재단법인 티앤씨(T&C)가 세계사속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를 들여다보고 미래세대와 함께 해법을 고민해보는 온라인 컨퍼런스를 마련했다.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비뚤어진 공감이 만드는 혐오 사회'를 주제로 APOV(아포브, Another Point of View) 컨퍼런스 '바이어스, 바이 어스(Bias, by us)'를 개최한다.

티앤씨 재단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균형잡힌 인재 양성을 통해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자 2017년 설립된 공익 재단법인이다. 법인명은 설립자인 최태원 SK 회장과 김희영(Chloe) 이사장의 이름 영문 이니셜에서 따왔다.

세계사 강의로 구성된 3일에는 최호근 고려대 교수, 이희수 한양대 특훈교수, 한건수 강원대 교수가 홀로코스트, 이슬람포비아, 아프리카 역사 속 대학살 사건이 일어난 맥락과 비극적 결말을 이야기하면서 인종주의와 편견을 뛰어넘어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다양한 노력들을 소개했다.

최호근 교수는 홀로코스트가 있기까지 독일 국민이 놓친 세가지를 지적하며 일본 도쿄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 유학생 이수현군의 선택에서 희망을 찾았다.

"독일 국민들은 1932년 총선에서 히틀러가 아무리 인종주의 선전을 했어도 바로 판단해 선거를 잘 했어야 했다. 인종차별법이 등장했을 때는 항의했어야 했고 장애인들을 학살하는 안락사 프로그램이 시행됐을때도 목소리를 냈어야 했지만 세 번의 기회를 다 놓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인의 심리학 연구에서 위기의 순간에 상황을 파악하고 행동하기 까지 2초가 걸린다는 결과가 있다"며 "2초의 순간, 이수현 학생같은 선택을 하는데는 80~90%는 타고나지만 10~20%는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가 중요하다. 여기에서 과거에서 현재, 미래를 만들어갈 단서를 찾는다"고 했다.

또 "2초의 순간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바뀌어 간다. 뛰어들 자신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입게될 상처, 피해, 분노에 대해 미리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티앤씨재단


이희수 교수는 지난해 8월 제주도 예맨 난민 거부 사태 등 한국사회가 역사적 맥락없이도 이슬람 포비아(혐오증)가 강한 점을 지적하며 "막연한 감성적 접근이 아니라 인식의 주체가 돼 역사적 실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구는 절대적 이해 당사자로 갈등, 혐오의 감정으로 이슬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지만, 우리는 이슬람과 단 한번도 불편한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며 "불필요한 이슬람 포비아를 극복하는 것이 곧 고정관념과 편견과 혐오의 장벽을 뛰어 넘는 것"이라고 했다.

유럽은 711년 지브롤타 해엽이 공격받은 것을 시작으로 168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공격받기까지 약 1000년간 이슬람으로부터 공격과 지배를 받았다. 서슬퍼런 중세 기독교 세계가 이교도인 이슬람으로부터 정복당한 것이 유럽 이슬람 포비아의 뿌리깊은 역사다.

르완다 정부는 학살사태 이후 매년 4월부터 7월까지 100일간 전 국토를 추모관으로 만들고 학살을 통한 역사적 교훈을 공유한다. 학살사태 이후 르완다는 경제 성장은 물론, 부패 문제 해결, 여성들의 정치 참여 증가 등 가해자와 피해자를 함께 아우르면서 노력한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르완다 학살은 난민캠프 중심의 투치족 무장세력들이 르완다의 수도를 점령하면서 중단됐다. 다수의 후투족들은 보복을 두려워해 인접국가로 피신했지만, 투치족들은 보복 대신 '화해'를 택했다. 마을의 최고 어른이 주도하는 '새로운 법정'을 도입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대신 '공동체의 회복'를 추구했다. 작은 국가에서의 또 다른 보복은 국가의 존망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해자에게 요구했던 것은 단 하나, 고백이었다. 또 처벌 대신 도덕적 의무를 부과하고 피해자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상을 하라고 했다.

한건수 교수는 "인종, 민족과 관련해 '우리'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우리에 대한 소속감과 열정은 인류문화 발전에 많은 기여도 하지만 상대방을 혐오하고 차별, 탄압, 학살하기까지 한다"며 "집단 정체성을 인류역사와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관점에서 끊임없이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유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티앤씨재단의 APOV 컨퍼런스 'Bias, by us'의 마지막 날인 4일에는 박승찬 가톨릭대 교수와 전진성 부산교육대 교수가 중세 유럽 역사 속 혐오 사건, 독일 역사 속 유대인 혐오 원인을 심층 분석한다.

/티앤씨재단


마지막 세션은 '공감의 또 다른 얼굴, 혐오'에 대한 토론이 마련된다. 황수경 아나운서 사회와 함께 현대 사회가 혐오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와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감 교육의 방향성을 이야기한다.

티앤씨재단 관계자는 "공감과 포용을 먼저 생각한다면 서로가 다른 점보다 공통점이 많은 하나라는 것을 기억할 수 있으며, 더불어 건강하고 따뜻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나누는 것이 Bias, by us 컨퍼런스의 목적"이라며 "이번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감 사회 프로젝트들을 APOV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시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컨퍼런스에 자세한 태용은 티앤씨재단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5WIup-SOCPc&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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