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민 총살해 시신 불태워 바다에 버린 北...'제2 박왕자 사건' 파장

서욱 "시신 불태우는 빛 40분간 보였다"
文 "충격적 사건...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국방위, 북 무력도발 규탄 결의문 만장일치 채택
북, 국경인근 사살령...7월 탈북민 개성 잠입도 영향

강민혁 기자 승인 2020.09.25 00:13 | 최종 수정 2020.09.25 00:40 의견 0
24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 북한 당국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공무원 이모(47)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2008년 7월 11일 북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 12년만에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한 것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기진맥진'한 이씨를 배에 태우지도 않은 채 진술을 들은 후 그 자리에서 사격을 가했고, 사살 후에는 방독면에 방화복을 입은 군인이 기름까지 부어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군과 정보 당국은 이씨가 월북을 시도하다 북측 해상에서 표류했고, 이후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소연평도 실종자)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영호 합참 작전본부장은 "우리 군은 9월 21일 낮 13시경,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1명이 실종되었다는 상황을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접수하였다"며 "실종된 어업지도공무원은 9월 21일 소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저질렀음을 확인했다"며 "우리 군은 북한의 이러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해수부 등에 따르면 이씨는 다른 선박에 타고 있다가 17일 연평도 해상에서 무궁화 10호에 처음 승선했고 나흘 뒤인 21일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실종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씨의) 시신이 어디 있는가'라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현재 확인할 수 없다"면서" 그 해역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하 의원이 "북측이 시신을 불태우고 바다에 버렸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서 장관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는 시신이 해역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첩보 수준인지 그보다 더 신빙성 높은 정보 수준인지 하는 질문에 대해선 "첩보 수준"이라고 했다.

서 장관은 시신을 태우는 불빛이 "40분 동안 보였다"고 말했다. '시신이 훼손돼 일부가 바다에 떠다닐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시신을 찾아 유족에게 인도해야 할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주문에 "경비작전세력에 임무를 부여해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군 당국은 이씨가 해류 방향을 잘 알고 있고 해상에서 소형 부유물을 이용했으며,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토대로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경은 이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현장 조사를 한 결과 이씨가 유서 등 월북 징후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안보실장으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결과와 정부 대책을 보고 받고 이같이 말하며 “군은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국회 여야 의원들은 당국의 대처가 부적적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첩보를 취합한 후 가능한 한 초강력 대처를 해야 했다"며 "이것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파괴한 것과 다른 사안이다. 그것은 시설이고 이것은 인명"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우리가 골든타임 골든타임 하는데 사건 후 이틀 지나서 회의하고 그때서야 (첩보를) 맞추는 게 늑장 대응이 아니라면 뭐가 늑장 대응인가"라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북한의 무력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건 상정부터 가결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별도 성명을 발표, 국정조사를 포함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북정책의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일부 야당 의원은 정부의 의도적인 사건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이 23일 새벽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한 시점 이후로 사건 경위의 공개를 일부러 늦춘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국민에게 실시간 브리핑을 해야 하는 사건"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세월호 사건을 은폐했다고 얼마나 국민이 문제를 제기했느냐"고 했다.

이번 사건은 7월 월북한 개성 출신 탈북민이 코로나19 확진자로 의심된다며 월북민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전방 군부대 간부들을 처벌한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사건 직후인 7월 26일 직접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개성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특급 경보를 발령했다. 국가비상방역체계도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

북한 당국은 8월부터 국경 근처에 접근한 사람뿐 아니라 동물까지 무조건 사살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화상회의에서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에 1∼2㎞의 새로운 '버퍼존'(완충지대)를 설치했다"며 "이 지역에 북한 특수작전부대(SOF)가 배치됐으며 (무단으로 국경을 넘는 이들에 대한) '살상 명령'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7월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한 정치국 위원과 후보외원들 일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청취하거나 메모하고 있다./조선중앙TV 화면 캡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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