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펫시장 외면받는 펫보험..진료비 표준화 등 제도 미흡
내년 맹견보험 의무화도 한계..."대상 맹견 6천마리 불과"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현대자동차의 반려견 헌혈 캠페인/사진=현대자동차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반려동물 전용 호텔, 유치원, 피트니스 센터까지 등장할 정도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3조~4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세계 15위권으로, 5~6년 뒤에는 6조원 가량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반면에 반려동물 보험, ‘펫보험’ 가입률 0.3% 수준으로 현저히 낮다.

24일 손해보험사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900만마리 안팎이며, 그 중 보험에 가입된 동물은 약 3만 마리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펫보험 시장 확대를 위해선 진료비 사전고시·공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펫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요인인 동물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료비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꼽힌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지출은 높지만, 관련 제도에 대한 정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진료비 표준화 등은 펫보험 뿐 아니라 소비자의 진료 선택권과 진료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측면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펫보험은 실손의료보험 형태로 판매된다. 여기에 배상책임보험 특약, 사망위로금·장례비지원 특약을 추가하는 형식이다.

펫보험은 사람의 실손의료보험의 경우와 비교해 가입자가 현저히 낮은 탓에 최종 본인부담률이 30~50%로 높은 편이다.

보험료에 따라 보장률이 70%와 50%로 나뉘고, 관절영양제 같은 영양제와 백신, 건강검진 등은 보장 대상이 아니다.

국내 펫보험 판매 현황./자료=각 사

보험사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좋은 상품은 아니어서 중·대형 보험사에서만 관련 상품을 취급할 정도로 시장은 성장이 더딘 상태다.

펫보험은 메리츠화재 ‘펫퍼민트’, 삼성화재 ‘애니펫’, 현대해상 ‘하이펫’ 순으로 점유율이 높다.

DB손보 ‘아이러브 펫보험’, 롯데손보 ‘롯데마이펫보험’, 한화손보 ‘펫플러스 보험’ 등도 판매되고 있다.

보험료는 각사별로 천차만별이다. 반려동물들의 나이, 종, 축적된 진료비 지급 통계 등으로 보험료가 책정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반려동물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맹견보험’ 의무화를 예고했다. 정부는 맹견보험의 반사효과로 펫보험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손해율, 제도적 한계 등을 이유로 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2021년 2월 맹견 책임보험 의무화를 예고했다. 동물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 입법 예고에서 제시한 맹견 책임보험은 ▲사망 또는 후유장애 8000만원 ▲부상 1500만원 ▲다른 동물 상해 200만원을 각각 보상하는 구조다.

손보업계는 맹견 책임보험 의무화에 맞춰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관련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맹견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이다. 그 잡종도 의무가입 대상이다.

의무화 이전 자발적으로 개물림 사고 보상 특약에 가입했더라도 의무보험을 추가로 들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중형견까지 넣어 의무보험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보험사가 독점해도 너무 작은 시장인데다, 개발 비용과 손해율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맹견 책임보험에 해당되는 견종이 국내 6000여 마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관련 시장이 너무 작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를 통해 펫보험 시장 전체의 활성화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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