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디지털 후진국' 벗어날까...'디지털청' 설립 추진

코로나19 와중에 '아날로그 중심' 후진성 극명 노출
1700여개로 찢어져 있는 행정시스템 통합부터 과제
"각 부처·지자체와 IT업체 유착 공고한 것도 난관"

김현주 기자 승인 2020.09.22 10:50 의견 0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오후 9시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스가 총리가 취임하자말자 '디지털 후진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디지털청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사진=교도·연합뉴스


[포쓰저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후진국' 실상이 드러난 일본이 기존 장관급 디지털개혁담당상 외에 추가로 '디지털청'을 만들기로 했다고 22일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디지털 강화는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가 개혁방안으로 강조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행정전산망 단일화 등 전국적으로 통일된 네트워크 구축이 우선 과제다. 

그러나 전통적인 아날로그 중시 문화와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IT(정보기술) 업체 간의 유착관계 등이 공고해  스가 내각의 구상이 제대로 작동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정부가 디지털청을 내년 중 한시 조직으로 설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스가 정부는 23일 각료 20명 전원이 참가한 가운데 '디지털개혁관계각료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스가 정부는 19일 디지털청 설치를 위해 조직과 정책의 방향 등을 검토하는 각료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 후 히라이 다쿠야 디지털개혁담당상은 기자들에게 '디지털청설치준비실'을 9월 중 내각관방에 설치할 방침을 시사했다.

디지털청 설치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에는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디지털청설치준비실은 관방, 총무성, 경제산업성 등 각 부처의 디지털 정책 관련 인력 40~50명 정도로 구성될 전망이다. 설립을 추진 중인 디지털청의 조직구조와 업무 영역 등   청사진을 만들게 된다.

일본 정부가 디지털청까지 만들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일본의 전통적인 아날로그 중심 문화의 폐혜가 극명하게 드러난 영향이 크다.

이웃국인 한국이 스마트폰과 전국적 행정전산망 등을 활용해 방역에 성공하면서 국제적으로도 '방역 선진국'으로 평가된 것도 자극요인으로 작용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디지털청 추진과 관련해 20일 NHK에 "'디지털 패전',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말을 듣는 가운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국민이 본래 누릴 수 있는 편리성을 향유하지 못하고 있어 확실히 추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가 정부의 디지털 강화 정책이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일본 내에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5월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관 등이 감염자 발생 및 입·퇴원 정보, 중증도, 행동 이력 같은 모든 데이터를 직접 입력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유하는 '허시스'(HER-SYS)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이날 "의료기관에 의한 입력이 확대되지 않았고, 정보의 정확성도 과제로 남았다"며 "감염 확산을 막는 정책에 꼭 필요한 정보의 공유와 활용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행정전산망도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하나의 기간 행정 시스템을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1700여개 기초자치단체가 각자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한 폐혜는 코로나19 재난 지원금 10만엔(약 110만원) 지급 과정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지원금을 전 국민에 조속한 시일안에 지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막상 실전에 돌입하자 곳곳에서 체증 현상이 나타났다.

중앙 정부와 기초자치단체 사이에 주민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애초 아베 정부는 '마이넘버카드'(한국의 주민등록증)를 보유한 국민은 온라인으로 재난 지원금 10만엔을 신청하도록 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신청해도 10만엔 지급을 담당하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자신이 보유한 주민 정보와 대조하면서 일일이 손으로 다시 개인 정보를 입력하는 절차가 거쳐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우편으로 신청한 사람보다 더 늦게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급기야 아베 정부가 기초자치단체의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온라인 신청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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