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 이재용 봐주기 판결 명분될 수 없다"

참여연대·민변 '재벌 재판 문제점' 좌담회
'국정농단 뇌물' 재판부 "양형에 고려" 공개 언급
"개인 범죄를 회사의 문제로 바꿔치기"
"미국도 개인 아닌 기업 범죄에 적용하는 것"

오경선 승인 2020.09.21 18:19 | 최종 수정 2020.09.21 18:47 의견 0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참여연대에서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이유로 한 삼성·부영 재벌봐주기 재판의 문제점’ 좌담회를 진행했다./사진=참여연대.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기업의 ‘준법감시기구’ 설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의 감형 사유로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부회장 사건이나, 횡령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중근 부영 회장 사건은 기업의 이익이 아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사건이라는 게 시민단체 측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참여연대에서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이유로 한 삼성·부영 재벌봐주기 재판의 문제점’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회는 참여연대와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주최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횡령죄 등 파기환송심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서 준법감시제도 등을 도입할 경우 양형에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재판부는 횡령·배임죄로 재판을 받았던 이중근 회장의 항소심도 담당했다. 당시 이중근 회장이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을 양형 감경 사유로 삼았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보 변호사는 “이중근 회장의 범행은 부영그룹의 핵심 계열사로부터 약 518억원의 돈을 횡령한 것인데, (횡령금은) 전부 이중근 회장 본인과 매제 이남형, 3남 이성한 등 이중근 일가의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내 준법감시제도 설치가 기업 범죄에 대해 감형 사유로 작동하려면, 해당 기업이 범죄를 저지른 구성원들을 기업 차원에서 징계하고 재발을 방지하려는 목적 아래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중근 회장 사건의 경우 부영그룹에서 절대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회장의 개인 비리를 누구도 막지 못했다. 준법감시제도가 도입됐다고 해 총수의 비리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건도 기업 범죄가 아닌 개인 범죄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은 내부 컴플라이언스가 매우 엄정한데 내부 준법통제가 재벌총수와 최고경영진에게 미치지는 못했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삼성그룹 내부에서 이 부회장이나 최지성, 장충기 등 최고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적이 없는데 준법감시제도를 설치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속 이상훈 변호사도 “법원에서 법에도 없는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이유로 준법경영 의지를 보였다고 간주한 것은 재벌 체제를 이해하지 못한 무능이거나 처음부터 감형을 의도한 명분 쌓기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의 정준영 재판장은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언급했지만 미국의 양형기준은 개인이 아닌 조직에 관한 범죄에 적용된다”며 “범죄이전에 설치한 준법감시기구가 실효적으로 작용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준법감시기구를 사후적으로 설치한 것에 불과한 국정농단 사건에는 차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18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를 상대로 낸 기피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특검은 “재판장이 미국의 보호관찰 제도를 염두에 두고 양형 사유로 활용할 수 있는 지가 불분명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먼저 제안한 것은 집행유예 판결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재판부 기피를 신청했으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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