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민변 등, 이재용 삼성 불법승계 혐의 공소장 분석
"합병으로 국민연금 피해 3천억~조 단위...제대로 반영안돼"
"삼성증권, 고객에 불리한 '합병찬성' 권유도 제재 대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참여연대가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이재용 부회장 불법승계 혐의 공소장 분석’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오경선 기자.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참여연대 등이 '불법 승계'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공명정대한 판결을 촉구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여러 사안에 직접 개입했고,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등이 경영권 승계라는 단 하나의 동기에 의해 추진된 것이 공소사실을 통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참여연대는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이재용 부회장 불법승계 혐의 공소장 분석’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상훈 변호사는 “이 부회장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만나기 위해 미국에 ‘직접’ 가서 주요 회사(삼성생명)의 경영권 지분까지 넘기는 비밀 약정을 추진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워런 버핏을 만난 시점도 주목해야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동시에 추진할 정도로 경영권 승계작업을 시급히 추진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주주총회일 (2015년 7월17일) 엿새 전인 7월11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워런 버핏을 직접 만나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의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삼성전자 지분을 7~10년간 보유하며 삼성에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하는 이면 약정 및 이를 비밀로 하고 워런 버핏이 먼저 거래를 제안했다고 공표해 주기로 거래명분을 가장하는 비밀 약정도 함께 제안했다.

이 변호사는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우호 세력에 삼성생명 주식을 넘기는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 부회장 등은 2015년 6월 8일 골드만삭스를 통해 워런 버핏에게 '삼성생명을 사업회사(생명보험사업, 삼성전자 지분 보유)와 지주회사(기타 금융 계열사 지분 보유)로 인적분할한 후, 총수 일가의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 주식과 현물 교환하는 방법으로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 지배권을 확보하고 지주 회사는 사업회사 경영권 지분을 확보한 다음, 버크셔 해서웨이가 그 지주회사로부터 사업회사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를 제안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또 합병 주총을 앞두고 우호지분을 늘이기 위해 이 부회장 등이 삼성물산 자사주를 KCC에 매각하는 과정에도 KCC가 합병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기 위해 KCC를 상대로 삼성그룹과의 거래 관계를 확대해 주기로 함으로써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재산상 이익까지 약속했다고 적시했다.

이 변호사는 “‘경제적 이익’은 회사의 자산이거나 회사가 누려야 할 기회”라며 “아직까지 재벌 총수들이 회사 재산을 개인 소유인 것처럼 거리낌없이 의사결정하는 현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홍순탁 회계사도 “그동안 삼성은 모든 합병 진행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해왔는데, 공소장을 보면 김태한 삼바 대표 등으로부터 삼바 관련 주기적으로 보고받았다고 돼 있다”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쓸 목적이었던 나스닥 상장 허위공시 등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 불법 합병에 대해 (이 부회장이) 책임지는게 마땅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이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나스닥 상장, 분식회계 등을 통해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바의 가치를 허위로 부풀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사익을 위해 회사의 합병 등 사안이 진행된 것과 관련해 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사외이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 의견도 나왔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보 변호사는 “합병 당시 두 회사는 2020년도 예상 매출액을 60조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올해 통합 삼성물산의 연간 매출액은 30조원밖에 안된다. 시너지 효과가 부풀려진 것”이라며 “공소장을 보면 사외이사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 지 알 수 있다. 합병 전 삼성물산의 경우 사외이사들에게 이사회 개최 12시간 전에 이사회 소집 사실을 통지하고 합병 안건을 알렸다. 안건은 1시간만에 통과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정책위원·민변 개혁입법추진특위 위원장 김남근 변호사는 삼성이 내부 준법 경영 강화 방안으로 출범시킨 ‘준법감시위원회’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김 변호사는 “외부에서 구성된 준법위가 회사 내부 정보를 알기 힘들뿐더러, 정보를 알아도 관측시키기는 힘들다”며 “삼성이 내부 통제장치를 강화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사회에 독립적인 이사들이 참여토록 했을 것이다. 3월 주총에서 변화가 없었던 것을 보면 준법위의 실효성도 어렵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명백한 불법인데도 공소장에서 간과된 사안이 있다며 이에 대한 추가 수사·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훈 변호사는 "삼성증권 직원이 총수의 이익을 위해 고객에게 불리한 의결권 행사를 권유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 감리와 삼성증권 제재가 필요하다"며 "삼성물산이 주주 개인정보를 삼성증권에 제공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함께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춰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와 관련해서는 피해액이 막대한데도 이 역시 공소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남근 변호사는 "삼성물산 주주인 국민연금의 피해액만 최소 3천억원에서 조 단위까지 예상된다"며 "그럼에도 공소장은 삼성물산의 손해액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해액이 50억원을 넘는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이 적용되는데, 이를 공소장에 특정하지 않아 10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만 적용됐다"며 "검찰은 왜 재산상 손해액을 특정하지 않았는지 재판 과정에서 소명해야 한다"고 했다.

특경법이 적용되면 형량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늘어난다.

한편 검찰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이영호 삼성물산 전·현직대표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 등 11명을 1일 자본시장법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10월22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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