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공장서 오퍼레이터 7년 근무...시신경 척수염 걸려
근로복지공단 "발병 원인 정확하지 않다" 산재 신청 기각
법원 "원인규명 어렵지만 노동환경-산재보험 목적 고려해야"

2019년 8월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가운데)이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반도체 공장 라인을 둘러 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중 희귀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산업재해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열리게 됐다.

15일 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5단독 손성희 판사는 10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희귀질환 '시신경 척수염'에 걸린 ㄱ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ㄱ씨의 병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ㄱ씨는 1997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근무하다 7년 뒤인 2004년 희귀질환인 시신경 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시신경 척수염은 시신경이나 척수에 염증이 생겨 시력 저하, 사지 마비,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초래하는 병이다. 

반올림에 따르면 ㄱ씨는 반도체 생산시설(FAB)내에서 오퍼레이터로 일하며, 식각(Etching)·확산(Diffusion)공정에서 쓰이는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ㄱ씨는 시신경척수염 진단을 받은뒤 2005년에 퇴사했다. 이후 2017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공단은 ㄱ씨의 발병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며 산재를 승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ㄱ씨가 희귀질환의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사정과 산재보험 제도의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손 판사는  ▲ㄱ씨가 근무하던 당시 공장의 작업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공기를 타고 전체 공정의 유해물질이 순환된 점 ▲당시 근무자들이 호흡용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일한 경우가 많았던 점 ▲ㄱ씨가 교대근무를 하면서도 상당한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점 등을 고려했다.

또 "시신경 척수염의 발병 원인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을 사업주나 노동자 어느 한쪽에 전가하지 않고 사회가 분담하도록 하는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반올림 측은 "노동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며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관행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이 1심 판결문을 받고 항소하지 않는다면, ㄱ씨의 산재는 승인받을 수 있게 된다.

반올림 관계자는 “아직 근로복지공단 측이 판결문을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판결문을 수령받고 2주안에 항소를 하게 된다면 2심 재판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 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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