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불공정행위야!”

2020 도서정가제 100만 국민청원 시리즈6
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

포쓰저널 승인 2020.09.15 14:32 의견 0

소위 2014년 체제가 종언을 고했다. 출판이해관계자들이 문화체육관광부에게 밀실합의의 유효성을 되살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2014년 체제 그 이후를 준비할 때다.

 


어제 교보문고 고객들은 도서정가제 설문조사 문자를 받고 교보문고도 완전 도서정가제를 찬성해 왔다는 것을 사실로 확인하고 또 한번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문체부와 일부 출판이해관계자들간의 1년간의 밀실합의가 지난 7월 15일로 파탄을 맞았음에도 출판계와 교보 등 일부 서점들이 종언을 고한 2014년 체제를 수호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나는 지난해 5월부터 4세대 플랫폼 서점인 인스타페이를 경영하면서 책과 콘텐츠 시장의 혁신을 위하여 혁신의 장애물인 도서정가제 폐지를 위하여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한 생태계 모임(완반모)’를 만들어 외로운 문제제기를 해 왔다. 종내는 국민들과 함께 한 20만 국민청원을 함으로써 구체제(앙시앙레짐)가 된 2014년 체제에 종언을 고하게 했다. 지금은 책과 콘텐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하여 새로운 설계를 준비하기 위한 공론화가 필요할 때다.

2014년 체제의 종언

2014년 체제는 20만 국민청원이 완성된 지난해 11월 13일 종언을 고했다. 나는 일찌기 법적으로 보면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는 결정적인 흠결을 안고 있다. 구간도서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 출판사의 자유재량권인 재정가의 절차적 규정으로 인한 제한 등은 사실상 위헌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를 규정하고 있는 두 조항이 도서정가제의 핵심이고 보면 출판문화산업진흥법상 도서정가제는 그 자체가 위헌으로 판명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2014년 체제의 수혜자는 대형출판사와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이다. 그들은 경쟁없이 안전하게 매출과 이익을 보장받았다. 교보서점이 출판인회의와 긴급하게 국민여론조사에 나선 것을 보면 그 속내를 알 수 있다. 중소출판사들과 지역서점들은 국가에 대한 납품이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과거 대형 출판사들의 단가 후려치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 때문에 나름 이 체제로 인한 부수적 효과를 누렸다. 오로지 소비자이자 독자인 국민들의 출혈과 불이익을 바탕으로.새로운 체제는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렵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경쟁자체를 거부하거나 모독함녀서 안전한 공공기관 납품에 얽매여 세상의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된다. 어떤 제품이 십수년간 정부의 가격 보호를 받으면서 안주할 수 있었던가. 그 기간동안 내실을 다지고 혁신을 하고 언젠가는 닥칠 새로운 체제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했을 것이고 충분히 준비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보다 더 많은 보호를 받은 이유에 대해 답해야 하므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의 이유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단체들은 2014년 체제의 정당성으로 ‘다양한 창작물 생산과 이를 향유할 수 있는 국민의 혜택’을 내세웠다. 그러나 기실 그들조차 그 취지와 목적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믿을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는 것은 2014년 체제의 종언을 대하는 태도에서 입증된다. 그들은 오로지 독립서점의 성장을 사실상 타당성의 근거로 삼거나 기존 출판시스템의 해체 과정과 결과로서 1인 출판, 독립출판사들로 인하여 늘어 난 수치를 그 근거로 삼고 있을 뿐이다. 이미 지난 ‘바보야, 문제는 팩폭이야’에서 밝혔듯이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한다. 더 이상 어떤 것으로든 2014년 체제의 존속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는 폐지하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 및 제29조에 규정된 ‘재판매가격유지제도’로 돌아가야 한다. 문체부는 이 중요한 법령을 감당할 준비도 역량도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였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저작권을 존중하고 출판계와 서점계에 뿌리 깊은 불공정행위를 규제해야 한다. 이 모든 문제를 도서정가제에 맡기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떠 넘기려는 태도는 더이상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출판계와 서점계의 오래된 불공정행위가 선의의 중소출판사들과 독립서점들을 어렵게 하고 도서정가제라는 도피처를 옹호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출판계가 오랫동안 서점의 규모에 따라 공급률을 차별해 온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불공정행위가 도서정가제 이면에 가려져서 종래는 시정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도서정가제로 세상에 없는 보호를 받으면서 공급률에 대해서는 작은 서점과 대형 서점 간의 차별을 정당화한다. 역시 모순적인 태도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서점의 규모에 따라 공급률에 대한 차별과 거래 자체를 거부하는 불공정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다. 불공정행위가 왜 시정되지 않고 지속되는지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 만약 이를 처벌하거나 규제할 부분이 미비 하다면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개정하여 출판사의 공급거부 행위와 공급률 차별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엄격히 규제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또한 저작권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하여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의 폭로로 밝혀 진 바, 문학상과 신인작가 관련 불공정 계약 등 일부 출판사의 불공정행위 방지와 국가가 판매부수를 조사하고 이를 공개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골자 하는 내용을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규정해야 할 것이다. 책과 콘텐츠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출판산업, 서점업계에 존재하는 불공정행위로 인한 문제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법체계상 타당하다. 이제 대형 출판사의 정부 납품 불공정행위, 서점들에 대한 부당한 거래 거부 행위와 차별적인 공급률 불공정행위를 근절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바보야, 문제는 불공정행위야

2014년 구체제는 종언을 고했다. 그럼에도 이를 되살리려는 사람들은 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완반모)과 20만 국민청원의 의의를 폄훼하고 있다. 어제는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가 출판단체와 함께 정부의 방침을 되돌리기 위해 ‘교보문고 기프트카드 3천원원권’을 걸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나는 20만 국민청원인과 와반모의 2014년 체제의 종언과 2020 체제 공론화 주장의 정당성과 올바름, 동기의 순수성을 믿기 때문에 기존 세력들이 구체제 수호 노력이 헛되고 헛되다고 믿는다. 책을 둘러싼 작가, 출판계, 서점계의 오랜 불공정관행은 유명하다. 오직 문화상품이라는 포장으로 문제를 회피해 왔으나 이제 더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민주국가의 국민들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작가의 저작료를 현실화하고 판매량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서점규모의 차이에 따른 공급거부행위와 공급률을 차별하는 불공정행위를 그만두게 해야 한다. 이 행위들에 대해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또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개정하여 위 불공정행위를 직접 규제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뉴딜 등 혁신을 통하여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문체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2014년 체제의 종언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책과 콘텐츠 시장의 혁신과 새로운 설계를 위하여 공개적인 국회토론, 언론사 초청 토론 등 공론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공론화 과정에서 그간 도서정가제가 해결 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불공정해위가 기실은 출판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밝히고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모든 문제는 정가제 적용을 확대한 2014년 체제로 인하여 야기된 것, 바보야, 문제는 불공정행위야.

글쓴이: 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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