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실사 없이 계약이행했다면 임직원 배임, HDC그룹 생존도 위협받았을 것"

/사진=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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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쓰저널=문기수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15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결렬 이후 처음으로 입장문을 내고, 계약 무산 책임이 금호산업 등 매각측에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현산은 계약금(이행보증금) 2500억원 반환 소송 제기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면서 향후 법정 공방 시 예상되는 쟁점 관련 사안에 대해 적극 설명하고 나섰다.

현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주장과 달리 본건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다"며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하여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했다.

현산의 이날 주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8월26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HDC회장과의 회동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을 1조원 가량 깍아준다고 제안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 대목이다. 

현산은 "산업은행은 협의에서 기존 인수조건의 조정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논의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입장을 전달하였을 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당사도 인수조건에 관해 요구한 바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은 이후 언론에 대한 대응은 일방이 하지 말고 서로 조율해서 공동으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협의 당일 오후부터 ‘HDC현산 요구 최대한 수용, 산은 아시아나 1조 깎아주나‘, ’산은, 아시아나 인수가격 1조 깎아주겠다‘, ’현산 유상증자 규모 2.2조→1.5조로 줄여주겠다‘는 등 사실과 다른 많은 기사가 보도됐다"고 했다.

산은이 회동에서 말도 안꺼낸 '1억원 할인 제안'을 언론에 흘렸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산도 당시엔 1억원 할인 제안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진실은 추후 밝혀질 것이지만, 현산이 일단 이날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삼은 것은 설사 회동에서 산은 측이 유사한 제안이 있었다해도 법적 효과가 있을 만큼 확정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산이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할 경우 '사정변경의 원칙'을 핵심 논거로 주장할 터인데, 산은의 매각대금 1조원 할인 제안은 현산 측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 파기를 위해서는 예측불가능한 일이 발생한 것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한쪽에 현저히 신의· 공평에 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2019년 11월12일), 주식매매계약 체결(12월27일)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일종의 천재지변이 발생하면서 곤혹스런 상황에 몰린 것이 사실이다.

금호산업 측이 팬데믹 이후에도 현산에 당초 정한 매각대금 2조5천억원을 그대로 지급하고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으라고 요구했다면 누가봐도 불공평한 처사였을 수 있다.

하지만 산은의 1조원 할인 제안이 사실이라면 매각 측도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고, 현산이 불공평한 계약 이행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할 근거도 약해지는 것이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도 대법원은 한화의 '실사 불발'을 이유로 계약금 일부 반환을 결정한 바 있다.  

현산은 사정변경원칙의 연장선상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가 불가피했는데 이를 매각 측이 거부했으므로 계약 무산 책임도 금호산업 등에 있다고 주장했다.

현산은 "인수 계약의 근간이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기준 재무제표와 2019년 결산 재무제표 사이에는 본 계약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는 차원의 중대한 변동이 있었다"면서 "따라서 재실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의 거래종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다"고 했다.

이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부적정과 2019년 재무제표에 대한 의구심은 당연히 해소되어야 할 계약의 선행조건이다"며 "더구나 인수과정 중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차입, CB(전환사채) 발행 및 부실계열사 지원 등의 행위가 계약상 필수요건인 인수인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진행되면서 재실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했다.

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에 계열사 간 부당지원 행위에 대하여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총수, 경영진 및 법인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는 등 법률 리스크까지 현실화됨에 따라, 만약 그대로 거래를 종결한다면 관련 임직원들의 배임 이슈는 물론 HDC그룹의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었기에 재실사 요구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재실사 기간도 애초 12주로 요구했지만 이후 이를 고집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산은 "산업은행이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자고 제안했기에 HDC현대산업개발은 8월 26일 면담에서 재실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12주를 고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 다음은 금호아시아나 계약해제에 대한 HDC현대산업개발 입장 전문.

- 매도인 측 일방적 계약해제 통지에 유감 표명
- 산업은행의 8월 26일 면담, 구체적 제안 없어
- 아시아나항공 미래 위한 HDC 진심 받아들여지지 않아
-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 위한 책임경영할 것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1일 일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해제를 통지해 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세계적인 초우량 항공사로 변화시켜 대한민국의 국가 미래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의지와 HDC그룹을 모빌리티 그룹으로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성공적인 인수를 위해 매진해 왔기에 현재의 일방적인 해제 통지가 당황스럽고 안타깝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 인수를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국내외 기업결합 승인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인수 이후의 성공전략을 수립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 성실히 계약상 의무를 이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인수 계약의 근간이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기준 재무제표와 2019년 결산 재무제표 사이에는 본 계약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는 차원의 중대한 변동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재실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의 거래종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습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부적정과 2019년 재무제표에 대한 의구심은 당연히 해소되어야 할 계약의 선행조건입니다. 더욱이 인수과정 중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차입, CB 발행 및 부실계열사 지원 등의 행위가 계약상 필수요건인 인수인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진행되면서 재실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에 계열사 간 부당지원 행위에 대하여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총수, 경영진 및 법인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는 등 법률 리스크까지 현실화됨에 따라, 만약 그대로 거래를 종결한다면 관련 임직원들의 배임 이슈는 물론 HDC그룹의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었기에 재실사 요구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재실사 이후에는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및 채권단과 함께 향후 몇년간의 사업계획을 수립해 아시아나항공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 있을지와 HDC현대산업개발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어느 정도의 희생을 분담해야 할지 또 관계자들간 어떤 협력방안이 가능할지 등 보다 발전된 논의가 이루어졌을 것이기에 지금의 인수 중단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채권단인 산은도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산업은행의 제안에, 지난 8월 26일 HDC현대산업개발은 발전적인 논의를 기대하고 협의에 임했습니다. 산업은행은 협의에서 기존 인수조건의 조정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논의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입장을 전달하였을 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당사도 인수조건에 관해 요구한 바가 없었습니다.

  한편, 산업은행은 이후 언론에 대한 대응은 일방이 하지 말고 서로 조율해서 공동으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협의 당일 오후부터 ‘HDC현산 요구 최대한 수용, 산은 아시아나 1조 깎아주나‘, ’산은, 아시아나 인수가격 1조 깎아주겠다‘, ’현산 유상증자 규모 2.2조→1.5조로 줄여주겠다‘는 등 사실과 다른 많은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산업은행이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자고 제안했기에 HDC현대산업개발은 8월 26일 면담에서 재실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12주를 고수하지는 않았습니다. 9월 2일 발송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논의사항]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현재 재무상태와 경영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미래 존속가능성에 대한 검토 이후에는 인수조건 논의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므로 향후 진지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산업은행은 이에 대한 아무런 답변 없이 ’현산 여전히 12주 재실사 필요, 아시아나 인수협상 결렬 수순‘, ’산은, HDC현산 답장 기대에 못미쳐.. 계약해제 검토 수순‘ 등 언론을 통하여 인수 무산을 공식화 하였으며, 매도인인 금호산업은 9월 11일 일방적으로 본 계약의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주장과 달리 본건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하여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은 물론, 당사의 의지와 비전에 지지를 보내주셨던 주주 여러분과 채권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책임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더욱 제고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나아가 HDC그룹과 함께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항공산업을 포함한 국가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고, 코로나19로 인해 깊어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는데 맡은 바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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