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하나銀· 신한금투·미래에셋대우 총 1611억 반환키로
하나· 미래에셋 "신한금투에 구상권 행사할 것"...휴유증 예상

윤종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라임 펀드 판매 금융사들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면(面)을 세워줬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를  판매한 금융사들이 ‘투자원금 전액 반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경영실태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윤 원장의 압박에 금융사들이 두 손을 들었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권고 당시 금융사들의 거부로 체면을 구겼던 윤 원장은 이번 일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라임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라임 펀드 100% 반환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은 투자금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게 됐다.

각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반환해야 할 금액은 ▲우리은행 650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등 총 1611억원이다.

투자 원금 전액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첫 사례다.

우리은행은 “해당 안건이 소비자 보호와 신뢰회복 차원 및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하나은행과 미래에셋대우는 조정안을 수용하면서도 향후 라임자산운용과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구상권 행사 등을 예고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 결과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은폐하고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형법상 사기 혐의로 형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구상권 및 손해배상청구 등의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입장문에서 “분조위 권고안에 따라 총 91억원의 판매금액 전액을 투자자분들에게 반환해 드릴 예정”이라며 “운용사 및 PBS제공 증권사 관계자들의 재판 과정 등을 참고하면서 향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하기 어렵지만 신뢰회복 차원에서 조정안을 수락한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분쟁조정결정에서 착오 취소를 인정한 것 및 당사 PBS본부와 관련하여 인정한 일부 사실 등은 수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사 고객에 대한 약속 이행을 통한 신뢰회복과, 금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분쟁조정결정을 수락하기로 결정했다”며 “5월 19일 이미 고객들에 대해 선지급 보상안을 결의하고 이에 따라 보상금을 선지급하면서, 향후 분조위의 조정결과를 반영해 이미 지급된 보상금과의 차액을 정산하기로 약정했다. 부득이 분쟁조정결정을 수락하고 분쟁조정결정에 따라 고객과 정산할 방침”이라고 했다.

6월30일 금감원 분조위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상당부분(76~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고, 운용사가 투자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하고, 판매사는 내용을 그대로 설명하면서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이유에서다.

분조위는 또 라임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펀드 부실을 인지한 이후 이를 숨기기위해 운용방식을 변경해 가면서 펀드 판매를 지속했다고 판단했다.

애초 판매사들은 분조위의 이 같은 판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운용사의 펀드 운용상황을 감시할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운용사의 범죄행위에 따른 책임을 판매사에게 떠넘긴다는 이유였다.

판매사들은 7월 27일까지 조정안 수용 여부를 답해야 했지만 한 차례 연기하면서 조정안 수용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았다.

분조위 조정안은 그 자체로는 강제력이 없다. 금융사와 고객의 분쟁을 조정하는 협의 과정으로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소송 등 법적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6월 금융권의 키코 배상 조정안 거부 사태를 경험한 윤 원장은 강수를 뒀다. 

8월 27일까지 한 차레 답변 시한을 연장해 주면서 더 이상의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다.

25일 열린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윤 원장은 "만약 피해구제를 등한시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모두 상실하면 금융회사 경영의 토대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및 ‘경영실태평가’ 시에도 분조위 조정결정 수락 등 소비자보호 노력이 더욱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금융사 검사 때 사실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강도를 높힌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라임펀드 판매사들은 이해하기 힘든 결정임에도 조정안을 수용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 라임펀드 판매사 관계자는 “조정결정안에서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라고 명시하면서 판매사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는 내에서 고객 보호 방안을 내놓은 것처럼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사실상 협박을 해왔다”며 “윤석헌 원장은 마치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며 판매사들을 압박했다. 감독기관의 권력을 이용한다는 으름장까지 놓았다”고 했다.

그는 “이제와서는 분조위 조정과 관련해 모든 사람이 배상이라는 단어를 쓴다. 우리는 배상을 수용한 적이 없다. 고객 보호를 위해 투자금 반환에 합의하겠다는 것”이라며 “윤 원장의 자존심을 위해 라임펀드 판매사들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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