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기내식 사업 매각 대가 등으로 금호고속에 자금 지원
공정위, 금호산업 등에 시정명령+ 과징금 320억원 부과
금호 "일시적 자금융통 위한 정상적 거래...무리한 고발 진행"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위한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공정당국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반발했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이 박 전 회장의 그룹 재건 과정에서 금호고속(금호홀딩스)을 부당 지원한 혐의를 잡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320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박삼구 전 회장과 당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인 박홍석, 윤병철씨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과징금은 ▲ 금호산업 152억원을 비롯해 ▲금호고속 85억원 ▲아시아나항공 82억원 ▲아시아나IDT 3700만원 ▲아시아나에어포트 2600만원 ▲아시아나개발 1700만원 ▲금호리조트 1000만원 ▲에어부산 900만원 ▲아시아나세이버 800만원 등으로 부과됐다.

금호고속 지분은 박 전 회장이 27.7%,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18.8%, 기타 친족이 4.3%를 갖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금호아시나그룹은 계열사 인수를 통한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금호고속을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해외 업체에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넘기는 대신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해당 업체가 인수하도록 했다.  

금호산업 등 9개 계열사는 금호고속에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로 인한 유동성 위기, 2010년 금호산업·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자율협약 등으로 주요 계열사가 채권단 관리 하에 놓이자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금호고속을 통해 그룹을 재건할 계획을 세웠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10월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설립하고, 채권단의 관리 하에 있어 총수 지배력이 약화된 핵심 계열사를 인수하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금호고속의 열악한 재무 상태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그룹 컨트롤타워인 그룹 전략경영실 주도로 해외 기내식 업체, 계열사 등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을 기획·실행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그룹 전략경영실은 2015년부터 해외 투자자문 업체를 통해 금호고속에 투자하는 것을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사업권을 넘기는 방식의 '일괄 거래'를 여러 업체에 제안했다.

이를 기내식 공급업체인 스위스 게이트 그룹이 수락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12월 30년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게이트그룹에 넘겼고, 게이트그룹은 2017년 3∼4월 만기 1·2·20년의 금호고속 BW 1600억원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했다.

금호아시아나와 게이트그룹은 기내식 사업권과 BW 인수의 일괄거래를 협상하면서 배임 등 법적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본계약에서는 이를 제외하고, 부속계약 형태로 'BW 계약의 불성립·해지시 기내식 계약도 해지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정상금리(3.77∼3.82%)보다 낮은 무이자 BW 인수로 금호고속은 162억원 상당의 이익을 봤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했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K)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금호홀딩스 BW 인수 요구를 받았고 이를 거절하자 게이트그룹에 기내식 사업권이 넘어갔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후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권과 BW 인수를 맞바꾸는 일괄거래가 늦어지자 자금사정이 급박해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9개 계열사를 통해 금호고속에 저리로 자금을 빌려줬다.

전략경영실 지시로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담보 없이 낮은 금리(1,5~4.5%)로 신용대여했다.

이 과정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비계열 협력업체도 동원됐다. 이들을 통해 8차례 총 280억원의 자금이 우회적으로 금호고속에 대여됐다.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 협력업체에 선급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고 협력업체는 이를 금호고속에 대여한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금호고속은 정상금리(3.49%~5.75%)와의 차이에 해당하는 총 7억2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고 공정위는 봤다.

공정위는 금호아시나아그룹의 전방위적인 부당지원으로 금호고속이 금리차익 약 169억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얻었으며, 박삼구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는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 최소 77억원과 결산 배당금 2억5000만원을 챙겼다고 판단했다.

금호고속이 이들 자금을 이용해 금호산업, 금호터미널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인수하면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경영권 승계 토대도 마련됐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 사건 행위를 통해 금호고속은 자신이 속한 여객자동차터미널 임대·관리업 및 고속버스 운송업 시장 내 지위를 유지·강화하고 공정거래를 저해했다”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목적으로 진행되는 부당 내부거래는 매우 지능적이고 은밀하게 추진됐다”고 밝혔다.

2019년 기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분구조. /그래픽=공정거래위원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속 관련 회사들은 공정위 전원회의 과정에서 자금 대차 거래, 기내식 거래 및 BW 거래가 정상 거래임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위와 같은 결정을 한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서울남부지검에서 기내식 관련 배임 혐의 등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고, 서울중앙지법은 LSGK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승소 판결을 내리는 등 이미 사법기관이 동일 사안에 대해 무혐의 취지로 판단한 사실이 있다"며 "공정위가 무리한 고발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지적한 각 혐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기내식 사업권을 조건으로 BW를 거래한 건과 관련해서는 “기내식 거래와 BW 거래는 스위스 게이트 그룹을 인수한 하이난 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등 각자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루어진 정상적인 거래”라며 “기내식 거래와 BW 거래의 각 거래조건 협상 역시 각각 독립적, 개별적으로 진행됐고, 양 거래는 서로 연계되거나 대가 관계에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금호고속에 대한 BW 투자 역시 전략적 제휴에 따른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이루어진 통상적인 거래로 전혀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고 했다.

계열사를 동원한 저금리 자금대여에 대해서는 “각 자금대차 거래들은 적정 금리 수준으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일시적인 자금 차입 후 상환된 것으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각 회사들은 독립적, 개별적으로 자금대차 거래를 했고, 그 시기, 금리 등 거래조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 바, 이는 동일인 또는 그룹 차원의 지시, 관여에 따른 행위가 절대 아니다”고 반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향후 공정위에 정식 의결서를 송달받은 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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