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선파업 철회 후 협의' → '의대정원 등 추진 유보'로 후퇴
의협 "신뢰할 수 없는 정치적 수사" 거부...'업무개시명령' 가능성

파업 준비하는 대한의사협회. /자료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 정부가 22일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등 의료관련 정책 추진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달말까지 하기로 했던 의대 정원 규모 교육부 통보도 보류하기로 했다.  

전날 발표한 '선 파업 중단, 협의추진'에서 또 한번 정부가 후퇴한 셈이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예고한 집단휴진 등 총파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위기 및 의사단체 집단휴진 관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사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이후 의료계와 논의를 하며 추진해 나가겠다"며 타협책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적인 임무라고 생각하며, 코로나19 위기를 안정화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며 "의료인 여러분도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결단에 뜻을 함께 하고, 국민을 위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주시기 바란다. 진료현장을 지켜달라"고 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 추진을 위한 후속조치들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달로 예정된 교육부로의 의대 정원 통보도 보류하기로 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박 장관 담화 의미에 대해 "코로나19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고려하여 지금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정책 추진을 유보하고, 이후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료계와 논의를 하며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이런 문제를 다투기 위해 힘을 소진할 시간도 없고 여유가 없는 긴박한 상황임을 고려했다. 특히 공립대 병원장, 사립대 병원장 등의 의료계 원로들께서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하여 서로 간의 대립을 잠시 멈춰줄 것을 촉구한 제안을 무겁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손 대변인은 "이에 따라 이번 달까지 교육부에 통보해야 되는 의대 정원 규모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보류할 것"이라며 "의료인들도 이러한 코로나19의 위기 상황과 정부의 정책 추진 유보를 고려하여 진료 현장으로 복귀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신뢰할 수 없는 정치적 수사의 반복이라며 정부 제안을 일축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종식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수도권 안정화'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의사들이 바라는 정책철회 대신 유보를 내세우며 조만간 정책을 다시 추진할 여지를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며 협력하자고 말은 하지만, 그에 걸맞지 않게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의사들도 집단행동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전국 개원의들의 2차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전공의(인터, 레지던트) 모임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날부터 순차 파업에 들어갔다. 

21일 인턴과 4년 차 레지던트를 시작으로, 22일 3년 차 레지던트, 23일 1년 차와 2년 차 레지던트 등이 차례로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

정부는 정책 유보선언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강행한다면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만약 의료인들이 진료현장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정부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민이 정부에 부여한 최우선적인 의무이며, 정부는 이를 엄격하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진료중단 의사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발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료법(제59조)은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할 수 없으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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