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단행동 중단하면 추진 유보"...의협 "전면철회 우선"
21일 전공의부터 파업돌입..."국민생명 볼모로 한 집단이기"

20일 서울대학병원 본관 앞에서 서울대 의대생이 전공의 파업과 본과 4학년 국가고시 거부지지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문을 두고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대한의사협회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의사들의 2차 총파업을 앞두고 합의점을 찾아보려고 했던 정부와 의료계의 시도가 결국 불발됐다.

정부는 21일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중단하는 경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는 한편, 협의 기간 중에는 정부 정책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의사들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정부가 정책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예정대로 26일부터 28일까지 3일에 걸쳐 전국의사총파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4대악 의료정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파업을 강행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는 절체절명의 위기국면에 국민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위기극복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의사들이 되레 현 상황을 '밥그릇 챙기기' 기회로 활용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의사들은 정부가 추진중인 ▲의대 정원 10년간 4천명 증원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 비대면 진료 일부 허용을 '4대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들 정책에 대해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는 시각도 많다.

정책의 완전철회를 파업철회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 자체가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법집행에 좀더 강력하고 확고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금이라도 코로나19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단행동을 중단하라”며 “현재 상황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집단휴업을 강행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집단휴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1총괄조정관은 “집단휴업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의료법에 의한 진료 개시 명령과 이 명령에 불응할 경우의 조치, 형사처벌이나 면허에 가해지는 조치들이 있고, 전공의의 경우 수련병원에서 복무상황을 점검해 원칙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도 이날 온라인 백브리핑에서 “의대정원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됐던 사안이고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 형성된 정책”이라며 “일방적으로 폐기를 요청하는 건 그간 사회적 합의를 물거품 만드는 것이기에 사회적 논의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의사 증원이 불가피한 점이 드러났는데도 기득권을 가진 의사들이 국민건강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의협은 담화문을 통해 파업 철회의 뜻이 없음을 내비치면서도 국민의 이해를 당부했다.

의협은 “의사의 단체행동은 그 이유를 떠나 국민께 불안을 드리는 일로 정말 죄송하다”며 “그럼에도 왜 의사들이 단체행동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봐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차례의 단체행동 동안 분만, 응급, 중환자 치료 등의 필수적인 기능들은 그대로 유지됐다. 필수의료 유지의 원칙은 앞으로의 단체행동에서도 지켜나갈 것”이라며 “부디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 의사들이 하루 빨리 진료현장으로 복귀해 환자분들과 만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또 “오늘 정부는 단체행동에 나서는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 정지의 불이익을 언급하며 사실상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며 “젊고 열정적이고 순수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며 상처를 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은 이날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를 시작으로 22일 레지던트 3년차, 23일 레지던트 1~2년차까지 총 3일에 걸쳐 모든 전공의가 업무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은 무기한 파업과 함께 소속 의료기관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의대생들도 의사자격 시험거부와 동맹 휴학 등으로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

의협은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개원의들의 2차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