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월1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에서 열린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 오픈 행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자신의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로 불린 롯데지주 황각규(65) 대표이사(부회장)를 전격 교체하며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지주는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동우(60)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를 2년 임기의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황각규 부회장은 이날 오후 6시께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 "8월 31일부로 롯데지주 대표이사직을 사임합니다. 그간 도와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라며 짧은 인사를 남겼다.

롯데 한 임원은 "황 부회장이 올 상반기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로 용퇴를 장고해 왔다"고 전했다.

롯데가 연말 정기 임원인사가 아닌 때 임원인사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황각규 부회장의 갑작스런 경영일선 퇴진 소식은 롯데 임원들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우선, '충격요법'성 인사로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그룹의 위기 상황을 타개해보려는 신 회장의 절박함이 묻어 나온다는 평가가 나온다.

M&A(인수합병) 전문가로 그룹의 사업 확장 등 경영전략을 짜 온 황 부회장이 퇴진하고, 지배구조 개편과 재무 등 안살림을 맡아온 송용덕 부회장은 유임되면서 신 회장이 외형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롯데지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황각규 부회장(오른쪽)과 새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

롯데 측이 황 부회장의 인사에 대해 '그룹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 따른 용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경질성 인사로도 풀이하고 있다.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과 함께, 법정구속 등으로 공백이 생긴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역할이 점차 확대되며 '뉴롯데'의 얼굴처럼 되버린 존재감 커진 2인자에 대한 견제성 인사라는 해석이다.   

황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이사로 한국롯데 경영에 처음 참여했던 1990년 직속 부장으로 인연을 맺었다. 신 회장의 최측근, 브레인으로 불려왔다. 

2017년 10월 롯데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는 신동빈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듬해 1월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주회사 대표이사로 새롭게 합류한 송용덕 부회장과 투톱 체제를 이뤄왔다. 지난해 12월 연임됐다. 

2018년 2월 신 회장이 법정구속되면서는 신 회장을 대신해 대외활동을 하며 문재인 대통령 주재의 행사에 참석하는 등 그룹의 얼굴 역할을 해 왔다. 

롯데지주 새 대표에는 내정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는 신동빈 회장이 올해 초 잠실에 문을 연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를 직접 찾아 관심을 보이기도 할 만큼 최근 괄목할만 성과로 눈도장을 찍었다.

롯데하이마트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1.1%나 증가하며 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과 비교됐다.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8.5%, 90.5% 줄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으로 그룹 역량이 집중된 그룹 온라인 통합쇼핑몰 '롯데온(ON)'의 부진 속에 롯데하이마트의 온라인 매출 성장세는 독보적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12%대 비중에서 상반기 15%대로 올라왔다. 백화점·마트의 오프라인 점포 영업 부진 속에 축구장보다 큰 체험형 매장인 메가스토어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은 점도 눈에 띈다.

이동우 대표는 1997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경영지원, 영업, MD 등을 두루 거쳤으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롯데월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5년부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를 맡아 왔다.

한편, 롯데는 13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일부 계열사의 임원인사도 단행했다.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은 경영혁신실로 개편했다. 실장에 롯데렌탈 대표이사 이훈기 전무가 임명됐다. 현 경영전략실장인 윤종민 사장은 롯데인재개발원장으로 이동한다.

롯데렌탈 대표이사로는 롯데물산 대표이사 김현수 사장이 이동한다. 롯데물산 대표이사에는 롯데지주 류제돈 비서팀장이 내정됐다.

롯데인재개발원 전영민 원장은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이사를 맡는다. 롯데하이마트 신임 대표이사로는 황영근 영업본부장이 선임됐다.

황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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