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정부가 발표한 '8.4 서울권 주택 공급 대책'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용 신규택지 개발지로 언급된 지역의 시장·구청장과 여당 의원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적 득실 계산에 따라 공적 개발에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이들의 주장은 일종의 님비(NIMBY)현상으로 임대주택에 대한 혐오감 조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본 동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까지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주택에 반기를 들고 나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은 평소 '친서민' 정치인을 자처하던 인사들이어서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 노원구와 마포구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 기류에 불을 당기는 데 앞장섰다.

정부는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용산구 캠프킴 등 서울 도심 내 군부지를 택지로 전환해 1만3100가구의 공공임대, 공공분양 주택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노원구 지역구 여당 의원들과 구청장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교통체증 등을 핑계로 태릉골프장 주택건설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노원구을 지역구의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8.4대책 발표 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지난번 태릉골프장을 둘러보며 노원구민의 우려를 강력하게 전달한 바 있었지만 당초 정부 구상대로 1만호 건설로 발표된 데 대한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했다.

그는 "태릉골프장 83만㎡에 1만세대를 건설하는 것은 난개발과 다름없다. 가뜩이나 상습적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태릉골프장 주변에 대규모의 주택 추가 공급으로 교통정체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며 "국토부의 검토와 개선 대책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노원구병 지역구의 민주당 김성환 의원도 “1만 세대 고밀도 개발에 반대한다. 전체 주택의 80%가 아파트로 이뤄진 곳이 노원구”라며 “이곳에 또 다시 고밀도의 1만 세대 공급은 구민에게 큰 실망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했다.

김 의원은 “가뜩이나 상습적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태릉골프장 주변에 대규모의 주택 추가 공급으로 교통정체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며 “대중교통 수단이 대폭 보강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노원구 갑 지역구의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태릉골프장은 분명 보존 가치가 있는 땅이었다”며 “이곳을 콘트리트로 채우기보다 녹지공원으로 개조해 더 많은 시민이 애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태릉골프장 주택 공급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오 구청장은 입장문을 통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고밀도 아파트를 또 건설하는 것은 우리 구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라며 "그린벨트를 택지로 개발하는 것에 대해 구민들이 우려하시는 점을 문 대통령에게도 건의했다"고 했다.

그는 태릉골프장 개발과 관련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비율을 30%이하로 하고 나머지는 민간 주도의 저밀도주거단지로 개발해야 한다"며 "분양물량 중 일정 부분을 노원구민에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마포구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부지에 6200가구 규모의 공공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등의 발표 내용에는 민주당 소속 유동균 마포구청장과 같은당 정청래 의원이 극렬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대책 발표 전에 마포구청장이나 지역구 의원과 협의하지 않은 것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며 트집을 잡았다.

유 구청장은 "신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상암동 유휴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마포를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래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할 부지까지 주택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상암동 단 하나의 동(洞)에 6200여 호의 임대주택 건설을 지자체인 마포구와 단 한차례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청래(마포구을) 의원은 "주민들과 마포구청, 지역구 국회의원과 단 한마디 사전 협의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어디 있나"라며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그냥 따라오라는 방식은 크게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제가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을 반대할 리 있겠나"라면서도 "상암동은 이미 임대 비율이 47%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나"고 반발했다.

정 의원은 유 구청장이 페이스북에 "상암지역 임대주택 공급 적극 반대" 라는 글을 올리자 이를 자신의 계정으로 퍼올리면서 "저도 마포구청장의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과천정부청사 주변 유휴부지에 4000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에는 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긴급 브리핑을 열어 "(과천청사 부지에) 4000여호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과천시민과 과천시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것"이라며 "집을 지어서는 안 되는 곳에 집을 짓고, 개발을 해서는 안 되는 곳을 개발하는 것이 난개발이라면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는 것이야말로 난개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소속 의원, 지자체장들의 이런 행동에 대해선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집의 노예에서 벗어났다는 자화자찬 하루 만에 벌어지는 민주당판 '님비'를 국민들이 목격하고 있다"며 "서민을 위한다더니, 내 집앞 서민 주택은 '결사 반대'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공적 임대주택을 매년 17만호씩 공급한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우선 공약이었다"며 "친문 민주당 의원에게마저 통보못할 사연이 있었는가"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뒤늦게 잡음 단속에 나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당은 원활하게 주택 공급 방안이 진행되도록 지방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당과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주택공급정책협의회를 구성해 공급 문제를 밀도 있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최고위 후 "지역 주민들의 반대하는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의원들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다 공공주택을 늘려야 된다고 하면서 '내 지역은 안된다'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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